참고 또 참고, 버티고 또 버티다, 결국 머리를 짧게 다듬었다. 더위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자신이 싫어, 기분 전환할 겸 오랜만에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4개의 계절에 각각 예쁜 말을 붙일 줄 알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겨울, 설국의 첫 문장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라던가, 봄 ‘벚꽃은 하늘이 모르는 눈이다’ 같은 예쁜 표현들. 이런 계절의 표현에서, 난 유독 여름이 어렵게 느껴진다. 덥다는 동사 하나가 제일 먼저 떠오르기 시작하면, 어떤 단어도 떠오르지 않던데.
매년 한여름의 중턱인 8월이 다가오는 시기면, 이렇게 무기력해지는 여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례행사를 한다. 작년에는 쓰지도 않을 제빙기를 들였고, 또 재작년에는 거금을 들여 혼자 호캉스를 다녀왔다. 이런 식의 연례행사로서, 올해는 머리를 짧게 잘라버렸다.
올해 여름이 이제 한 달 남았다. 짧은 머리로 무장했으니 지금부터는 제대로 된 여름을 맞이할 차례. 무기력할 날들도 있겠지만, 선선한 바람에 힘나는 날들이 더 많기를. 여름을 나고서 또 행복한 얼굴로 시원한 가을을 맞이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