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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호 Aug 04. 2022

돌잔치 안 가도 괜찮아

거짓말해도 괜찮고

 조카(형의 아들)의 돌잔치가 얼마 남지 않았다. 월요일에 하는 돌잔치에 부모님에게 한 번, 형에게 한번 올 수 있냐는 물음을 받았다. 일이 많아 바쁜데 일정을 조율할 수가 없어서 못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형을 보는 것도 싫고, 형의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조카도 별로 예쁘지 않아서 가기가 싫었다. 부모님은 돈이라도 부쳐 주라고 하셨지만 송금도 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가기 싫다고 말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기분 좋게 축하해주는 척도 못하겠고, 어떻게 하면 안 갈 수 있을지, 없는 일을 지어내고 있자니 자괴감이 든다.


 형이랑 연을 끊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게 너무 어렵다. 부모님에게도 그렇고 형에게도 그렇다. '말'이 아니어도 문자나 톡으로 하는 것도 못하겠다. 왜 못하겠는지 이유를 열심히 생각해 봤는데 잘 모르겠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절대 못하는 성격으로, 내 의사(주로 부정적인)를 남에게 전달하기를 매우 힘들어하는 성격으로 자라서 그런가 보다.


 난 '예의상 거절'을 거의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솔직함을 좋아한다. 빈말을 못 한다. 원하는데 왜 아니라고 하는지 이해를 못 한다. 먹을 걸 사준다고 하면 고맙다고 넙죽 얻어 먹는다. 염치없게 보일 수도 있겠다. 물론 원하지만 상대의 상황을 고려해 거절할 때도 있지만, 이건 예의가 아니라 그냥 배려다.

 이렇게 솔직한 것을 미덕으로 삼고 살면서도 정작 필요할 때, 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모진 말을 해야 할 때는 솔직하지 못하다. 내 말을 들고 상대방이 느낄 감정이 무섭다. 솔직할 용기가 부족해서 회피하고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자괴감이 든다.


 어쨌든 그래도 괜찮다. 솔직할 용기가 부족해도 괜찮다. 돌잔치에 못 간다고 회피하고 거짓말해도 괜찮다. 그럴 수도 있지 뭐. 내 감정이 중요하고 내 행복이 중요하니까, 그 정도는 괜찮다. 자괴감 느끼는 것도 괜찮다. 유쾌하진 않지만 자괴감도 느끼고 하면서 사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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