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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호 Aug 19. 2022

말 못 걸어도 괜찮아

 헬스장을 등록하고 3~4개월 정도 다니고는 너무 춥다, 너무 멀다, 하루 정도는 안 해도 된다는 핑계로 운동을 안 하기 시작했다. 집 바로 옆 옆 건물에 헬스장이 있었지만 요가를 해 보고 싶어서 요가 프로그램이 있는, 집에서 빠른 걸음으로 10분 정도 걸어야 도착하는 헬스장에 등록한 게 화근이었다. 원래 나와있던 배는 더 심하게 나오기 시작했고,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끼며 운동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멀다는 핑계를 봉쇄하기 위해 1분도 안 걸려서 갈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한 시간 운동은 너무 가혹하니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된다는 핑계를 봉쇄하기 위해 운동하는 시간은 최소 10분을 목표로 했다. 잠깐만 들렀다 오자는 생각, 딱 12분만 투자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면 꾸준히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헬스장 카운터에는 인바디 기계가 있다. 운동에 영 재미가 붙지 않아 '힘들다. 하기 싫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운동을 하는데, 지방량과 근육량을 알면 동기 부여가 될 것 같았다. 기계는 카운터 안쪽에 있었고 전원은 항상 꺼져 있어서 측정을 해 볼 수 있는지 관장님이나 트레이너님에게 물어봐야 했다. '물어봐야지', '물어보자', '물어봐야 되는데' 하며 2주가 지났다.


 2주 동안 물어보지 못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말을 걸지 못해서다. 왜 말을 못 거냐 하면 그건 그냥 무서워서다. 무섭다. 관장님이 생긴 게 무섭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그냥 말 거는 게 무섭다. 혹시 인바디 측정해 볼 수 있나요? 하고 물어보면 되는데, 머리로는 너무 쉬운데, 그게 너무 무섭다. 왜 무섭냐 하면 그건 나도 모르겠다.

 '관장님이 카운터에 앉아 있으니 지금 물어볼까?'

 '아니야. 이따가'

 '지금? 아니야'

하는 생각을 며칠 반복하고 나서

 '오늘은 꼭 물어봐야지. 할 수 있어. 바로 오늘이 물어보는 날이야. 그냥 가서 물어보면 되잖아'

를 또 며칠 반복한다.


 그렇게 2주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한마디 말도 못 거는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몸은 운동을 하고 있는데 정신은 온통 관장님한테 쏠려 있었다. 운동을 하러 가지 않을 새로운 핑계가 하나 생겼다. 인바디 측정하고 싶다고 말도 못 거는데 헬스장 가서 뭐하나. 또 자괴감만 느끼고 오겠지. 그래서 그냥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건 내 정신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말 못 걸어도 괜찮고, 인바디 안 재 봐도 괜찮다. 말 못 걸어서 자괴감 느껴도 괜찮다. 적어도 운동은 하러 갔다는 거니까. 말 거는 게 왜 무서운지 몰라도 괜찮고, 3개월이든 6개월이든 그렇게 계속 무서워하며 평생 말 못 걸어도 괜찮다. 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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