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고통의 착각

주목 착각: 우리가 감정에 속는 순간들.

by 지능의 여백

장기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별은 아주 큰 고통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이 사람 없이 나는 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이별을 미루기도 하고, 때로는 그 고통을 피하고자 도저히 아닌 상대와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걸까?


이런 감정은 심리학에서 '주목 착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현재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이나 사건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끼며, 삶 전체를 결정지을 것이라 착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은 시간이 지나면 별일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날씨 덕분에 그곳 사람들의 행복도가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행복도는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고, 365일 따뜻한 날씨는 익숙함 때문에 행복도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결혼 역시 비슷하다. 많은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혼자일 때보다 행복할 것이라 믿지만, 통계적으로 결혼 2년 후에는 행복도가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상태에 주목하며 느끼던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기 때문이다.


이별도 마찬가지다. 고통의 원인은 단지 상대방의 부재가 아니라, 그 상실에 우리가 지나치게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일 카네기는 『자기 관리론』에서 자식을 잃고 슬픔에 빠진 여성에게 이렇게 말했다.

"슬픔의 가장 좋은 치료제는 시간도, 충고도 아닌 '일'입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주목하던 것을 잊게 되고, 그 속에서 고통도 점차 멀어진다.

삶이 고통스러울수록 우리는 그 고통에서 잠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정면으로 응시할수록 더 깊이 빠져든다.


사람들은 어떤 조건을 충족하면 행복해질 거라 믿는다. "저 사람과 결혼하면", "저 차만 있으면", "저 집에 살게 된다면" 같은 생각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얻고 나면 또 다른 결핍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의 주목 레이더는 항상 이동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얼마 전 이별을 겪었다. 처음 일주일은 이 슬픔을 곱씹으며 받아들이려 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잘못과 배울 점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감정의 파급력은 예상보다 컸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해야 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침체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2년 전쯤 읽은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이 떠올랐고, 그 이후 일부러 바쁘게 지내며,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결국 지금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 감정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가 고통의 크기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행복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절대적인 감정이라기보다, 어디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크기와 깊이가 달라질 뿐이다.

하루에 단 세 가지라도, 지금 내가 가진 것에 조용히 주목해 보자. 그 작은 관찰이 때로는 가장 큰 회복이 될 수 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주목 착각'을 이겨내기 위한 하나의 문장을 제시했다.

"지금 삶에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지금 생각하는 만큼 중요하지 않다."

고통이 밀려올 때는 이 말을 떠올리며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 정말 그만큼 중요한 걸까?"라고.

작가의 이전글기억은 경험보다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