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는 일만 하고 프로는 말부터 바꾼다
말투가 매력적인 사람들을 보면, 핵심 키워드를 먼저 말하고 이유는 뒤에 말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 화법이 바로 두괄식 화법이다. 같은 내용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가에 따라 전달력이 달라진다. 또한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정에도 큰 차이가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깔끔하게 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스피치 화법이 바로 두괄식 화법이다.
두괄식 화법은 하면 될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다. 타고나지 않은 경우라면 대부분 훈련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언어가 필수인 필자조차도 말을 할 때 두괄식 화법에 신경을 써야만 겨우 가능하다. 사회생활을 해오며 가장 아쉬운 점이 두괄식 화법에 관한 인지가 늦었던 점이다. 친구나 직장 상사에게 서론이 길었던 우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발표할 때 긴 서론으로 청중의 진을 빼지는 않았는지…, 두괄식 화법만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분명한 것은 필자도 상대방의 장황한 서론을 경험한 적이 참 많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이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웬만하면 ‘경청’의 미덕을 발휘하며 결론을 기다리는 답답함을 참는다. 하지만 그런 나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갔는지 안 갔는지 그것부터 얘기해줘.”, “잠깐만요, 그래서 선정이 됐는지 안 됐는지가 너무 궁금합니다”라는 말로 상대방의 말을 끊곤 한다. 모두가 바쁜 현대 사회에서 ‘두괄식’이라는 화법과 단어를 누가 만들고 알렸는지 그분께 상을 드리고 싶다.
두괄식을 연습하려면 먼저 우리가 두괄식으로 말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를 알 필요가 있다. 영어를 보면 문법 자체가 앞에 결론을 먼저 말해놓고, 부연 설명을 이어가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중요한 말을 가장 뒤에 하고, 뒤에 나올 결론을 이해시키기 위해 근거와 과정 등을 앞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심지어 Yes or No 조차도 바로 대답을 안 해주고 이유부터 늘어놓다가 상대방에게 핀잔을 듣기도 한다. 이러한 우리의 정서를 순서에 상관없이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편리한 언어가 바로 한국어다. 하지만 한국어도 두괄식으로 바꿔서 말하면 같은 말일지라도 그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간다. 다음의 예시와 함께 두괄식 화법에 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이부장님, 귀사에서 개발한 A신제품이 경쟁사 제품과 뭐가 다르죠?”
이 순간 이부장의 머리엔 온갖 지식들이 떠오른다. ‘A신제품을 잘 설명해서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해, 확실하게 이해시키려면 탄생의 배경과 사회적인 문제점부터 설명해야겠지?’ 하면서 이부장은 이 제품의 탄생 배경부터 현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까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열변을 토하는 도중 질문이 하나 추가되면 원래 하려고 했던 답변은 달나라로 떠난다. 이때 올바른 두괄식 답변은 다음과 같다.
“네, 저희 A제품의 가장 큰 경쟁력은 타사 제품에 들어있지 않은 a라는 성분이 유일하게 들어있다는 점입니다. a성분이 가지고 있는 차별성을 3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아차대리: “본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A지점에 담당자가 바뀐지 얼마 안돼서 재고 파악이 원활하게 안 되다 보니 저도 이제 연락을 받고 알게 됐는데요, 오늘 주문이 300개가 들어왔는데 재고가 부족해서 창고에 전화해 보니까…”
이렇게 구구절절 사건의 이유만 늘어놓으면 자신의 무능함을 광고하는 셈이다. 말이 길어질수록 문제를 감지한 상사의 불안감은 증폭된다. 문제 때문에 혼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하고 답답해서 혼나게 된다.
재치 대리: “본부장님, A지점에 a제품 재고 부족으로 판매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결론부터 말해야 한다. 차질이 생겼다고 혼나더라도 문제에 대한 이유와 변명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결론부터 말해놓고 상사의 반응에 따라 “지금 300개가 부족하다는데 물류창고에 연락해서 조치를 취할까요?” 이런 식으로 부차적인 보고를 이어가면 상사와 함께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아차 대리: “그 사람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요, 제가 이렇게 얘기를 해봤는데 그쪽이 이번 달에 무슨 행사가 있어가지고…”
두괄식 훈련을 하지 않으면 실제로 아차대리처럼 말하게 된다. 듣다 못한 상사가 “그래서 된다고 안된다고, 결론이 뭔데?”라고 물으면 그제서야 “안 된대요”라고 대답한다. 우리가 보고하는 대상들은 늘 마음이 바쁘다는 것을 명심하자.
재치 대리: "팀장님,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그날은 안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Yes or No를 정중하게 먼저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상사의 반응에 따라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거나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된다. “그래서 제가 다른 대안을 알아봤는데요…”라고 대안까지 준비해서 보고한다면, 당신은 분명 놓치고 싶지 않은 직원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두괄식 화법은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다. 다음에서는 면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두괄식 화법의 예시를 통해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두괄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면접을 빼놓을 수 없다. 면접에서 쉽고 명확하게 답변을 잘하려면 면접관의 질문을 ‘복붙’해서 결론부터 말하고, 부연 설명을 덧붙이면 된다.
면접관: 자신의 강점이 뭐예요?
지원자: 저의 강점은 〇〇○입니다 (+ 이유와 부연 설명 덧붙이기)
면접관: 살면서 가장 기뻤던 적이 언제죠?
지원자: 제가 살면서 가장 기뻤던 적은 〇〇○입니다.(+이유와 부연 설명 덧붙이기)
이와 같이 두괄식 화법이란 말의 핵심이나 결론을 먼저 전달한 후, 그에 따른 과정이나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물론 안 좋은 소식이나 충격적인 사실을 여과 없이 결론부터 전달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화법도 지혜롭게 전달해야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다.
두괄식보다 더 강력한 화법으로는 쌍괄식 화법이 있다. 처음에 언급한 핵심을 마지막에 한 번 더 강조하여 청중에게 다시금 각인시키는 화법이다. 하지만 두괄식 말하기가 습관이 되어야 쌍괄식 화법도 가능하다.
먼저 두괄식으로 보고하는 연습부터 해보기를 바란다. 상사의 궁금증을 빠르게 해소하고, 당신을 스마트하게 보이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결론과 핵심을 요약해서 먼저 말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당신도 상사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