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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의 전화 업무 기본기

초보는 일만 하고 프로는 말부터 바꾼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모르고 하는 실수가 많다. 그중 어려움을 겪는 것이 전화받는 일이다. 업무 파악도 안 된 상태이고, 사람들의 이름과 직함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회사 전화를 받는 것은 두려움에 가깝다. 오죽하면 ‘전화’와 ‘공포증’을 합성한 ‘콜포비아(Call Phobia)’라는 신종어가 생겼을까. 특히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메신저로 소통하며 성장해 온 2030 세대들에게 전화 응대의 어려움은 당연하다. 하지만 몇 가지 방법만 알고 적용하면 어려울 것 없으니 자신감을 가지고 전화 응대에 임하기 바란다.



밝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


라디오 방송인은 표정이나 몸짓 등 비언어적인 요소 없이 오직 이야기로만 청중을 사로잡아야 한다. 얼굴이 안 보이기 때문에 감정 전달이 어렵고, 말이 딱딱하게 들릴 수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그들에게는 목소리로만 호감도를 올리는 비결이 있다고 한다. 비대면이라는 점에서 회사의 전화 응대와 비슷하니 이들의 비법 3가지를 알아보자.


첫 번째는 미소 지으며 말하기다. 미소를 머금고 말하는 것의 효과는 통화할 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필자도 지금 실습해 보는 중이다. 무표정으로 ‘안녕하세요?’하는 것과 미소를 담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소 지으며 말하면 목소리에 미소가 담겨 듣는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들린다.


두 번째는 목소리 톤을 평소보다 한 톤 정도 높이는 것이다. 목소리를 한 톤 높여서 말하는 기법은 영업이나 강의에도 쓰이는 기술이다. 톤을 살짝 올리면 목소리가 밝게 들리기 때문이다. 얼굴도 안 보이는데 목소리까지 깔고 말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떨어진다. 미소를 지으며 밝게 말하는 것은 전화 너머 상대의 기분까지 좋아지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세 번째는 말하기 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말이 너무 빠르면 상대가 내 말을 못 알아들을 확률이 높다. 말이 빠르면 조급하게 보일 뿐 아니라 이 전화를 빨리 끊으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말이 느린 것도 문제다. 말의 속도가 너무 느리면 힘이 없고 답답한 느낌을 주기 쉽다. 실제로 서비스직 전문 상담원과 통화를 하다 보면 친절하기 위해 너무 느린 속도로 안내해 답답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들의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속도로 응대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전화를 받을 때 지켜야 할 것


첫 번째, 전화를 받기 전에 발신자 번호부터 확인한다.

요즘은 거래처의 담당자끼리 주로 핸드폰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발신자가 바로 확인된다. 하지만 일반 전화는 핸드폰에 비해 발신자 구분이 어렵다. 전화번호가 익숙해질 때까지는 중요한 전화번호를 모니터 하단에 붙여 놓으면 전화를 걸 때도 받을 때도 편리하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누군지 몰라 생소하게 받으면 그것처럼 센스 없어 보이는 경우도 없다.


두 번째, 회사명과 부서명, 이름을 말하면서 받는다.

부서가 따로 구분이 없다면 회사명과 이름을 밝히며 받는다. “감사합니다 ○○컴퍼니 ○○○주임입니다.”와 같이 이름 뒤에는 반드시 직함을 붙여야 고객이 혼란을 겪지 않는다.

언젠가 팔레트 수거와 세금계산서 문제 등으로 처음 거래하는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직함이 들려왔다.


“감사합니다. ○○컴퍼니 ○○○대표입니다.”


직원들이 물류 작업 때문에 다 외근 중이라서 대표님이 직접 받았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담당자와 통화 후 대표자와 통화할 용건이 있었는데 마침 잘된 일이었다. 만약 그 대표님이 전화받을 때 이름과 직함을 밝히지 않았다면, 나는 전화 상대를 해당 업무 담당자로 오인했을 것이다. 대표님이 전화를 매너 있게 받으신 덕분에 실수 없이 용건을 전달하고 끊을 수가 있었다.


다음은 전화받을 때 앞머리에 넣는 인사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랑합니다 고객님’처럼 앞머리 인사말을 통일시키는 회사도 있다. 그런 문화가 아니라면 ‘감사합니다’ 또는 ‘안녕하세요?’ 정도만 붙이고 회사명과 이름을 말해도 예의를 갖춘 응대법이 된다.



전화를 대신 받을 때, 당겨 받을 때, 전화를 넘겨줄 때


나의 담당이 아닌 다른 전화를 당겨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먼저 “당겨 받았습니다”, “대신 받았습니다”와 같은 말로 자신이 담당자가 아님을 알려줘야 한다. 상대방이 용건을 다 설명한 후에 담당자를 연결해 주겠다고 하면 상대방은 짜증이 날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수입 관련해서 통관업체와 통화할 일이 있어서 공문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받은 직원이 나의 용건을 ‘네, 네’ 하면서 다 듣더니 “담당자 연결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말과 동시에 연결음이 들리는 것이다. 직원이 돌려주기를 누르고 바로 끊었는지, 담당자는 나의 용건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처럼 전화를 넘겨줄 때는, 담당자에게 전화 건 사람의 소속과 용건을 짧게라도 알려주고 끊어야 한다. 담당자와의 연결을 기다렸다가 설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도록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내가 처리할 용건이 아니라서 전화를 넘겨줘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말로 양해를 구하고 담당자를 연결한다.


“부서(담당자)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담당자분이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메모 남겨드리겠습니다.”


“담당자가 전화드리도록 메모 전달하겠습니다.”


메모를 남길 때, 상대방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난처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네? 네? 뭐라고요?’라고 너무 여러 번 되묻는 것도 실례다. 내 경험으로는 꼼꼼히 받아 적어서 전달하면 글자가 한두 개 틀려도 당사자는 다 알아보았다. 대신 상대방의 이름, 연락처, 회사명, 관계, 용건, 날짜와 시간까지 최대한 메모해서 전달하는 것이 안전하다.


신입사원이라면 전화를 당겨 받는 법과 전화를 넘겨주는 방법도 미리 숙지해둬야 한다. 당겨 받기 단축 버튼과 돌려주기 단축 버튼을 선배에게 물어서, 전화기에 붙여놓고 외워두자. 고객과의 통화 중에 전화기 작동법을 몰라서 허둥대면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전화를 걸 때


걸려 오는 전화를 받는 것도 긴장되지만, 전화를 거는 것도 처음엔 만만치 않다. 나도 고객이나 거래처에 전화하기 전에는 심호흡도 하고, 인사말 연습도 여러 번 반복하고는 했다. 지금도 용건 가짓수가 많거나 복잡한 전화는 내용을 차례대로 메모해 놓고 하나씩 체크해 가면서 통화한다. 용건을 빠뜨리지 않으려는 것이 습관이 된 덕분이다. 전화를 걸 때는 인사와 함께 소속과 용건을 간단히 밝히는 것이 예의다.


“안녕하세요, ○○세무서 ○○○실장입니다.

연말정산 관련하여 문의드릴 게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컴퍼니 ○○○대리입니다.

저희 신제품 디자인 미팅 일정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실장님 자리에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컴퍼니 ○○○주임입니다.

장비 임대 문의로 연락드렸는데 담당하시는 분 맞으실까요?”




전화를 받을 때나 걸 때 메모는 필수다. 현재 통화하는 사안에 대해 추가로 통화할 일이 있다면, 통화한 담당자의 이름과 직함을 먼저 메모해 놓고 내용을 메모해야 한다. 다음에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더라도 일전에 통화했던 담당자의 이름과 직함을 알면 연결을 요청할 때 편리하다. 통화하고자 하는 담당자가 부재중일 때도 있다. 상대방이 담당자와 통화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면 다행인데, 상대방도 전화 업무가 서툴러 안내를 안 해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담당자와 통화가 가능한 시간대를 물어보거나 메모를 부탁하고 끊는다.

마무리는 역시 인사다. ‘감사합니다’로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그리고 당신이 신입사원이라면 전화를 먼저 끊지 말고 기다리는 것이 예의다. 상대방이 전화 끊는 것을 잊어버리고 일을 보는 경우에는 상대가 듣든 안 듣든 ‘전화 먼저 끊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끊는다.


은행이나 보험사 등 상담원과 통화 후, 고객 응대 평가 요청을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들도 고객으로부터 ‘매우 만족’을 받기까지는 수많은 실수를 거듭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상대는 심각한데 혼자서만 명랑한 분위기로 일관하면 역효과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전화 업무도 자꾸 하다 보면 여유가 생기고, 분위기 파악도 되면서 더 이상 전화 벨소리가 두렵지 않은 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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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0413_201012837.png 입사한 김에 일잘러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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