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겪으며 가장 힘들었던 건 일상생활을 못 하고 그나마 침대에 누워있을 힘만 남았을 때다.
화장실도 가기 어렵다. 씻지 않는다. 외출하지 않는다. 집 앞의 편의점에조차 갈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어떻게 학교에 가고 출근을 할까?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까?
침대에서 나올 수도 없는데.
나는 도피를 선택했다. 학교에 나가지 않았고, 일은 그만뒀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더니, 그 또한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세상은 생각보다 나를 필요로 한다. 나의 부재가 그들에게 피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조별과제, 모임, 합주... 나 하나 빠져도 티가 안 날 것 같지만, 그 빈자리가 컸나 보다.
가장 비참하고 끔찍했던 건 '핑계'를 대야 하는 거였다. '우울증'을 앞세워서.
"너 왜 안 와?" "너 대체 언제 나와?"라는 질문에
그럴듯한 핑계를 지어내서 그들도 나도 평안하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거짓말하기 싫었다.
가짜로 지어낸 핑계가 아닌, 진짜 이유. 내가 숨은 이유.
"우울증 때문에..."라고 말하는 순간은 정말 비참했다.
우울증이 얼마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우울한 거랑 움직이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래서 어쩌라고? 우울증이 이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지가 불리할 때만 우울증이래." "쟤 저거 패션 우울증이야. 관종이라서 그래."
"우리도 우울할 때 있어. 너만 특별한 척하지 마."
그런 말들에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미안하다고만 할 뿐.
"그래서 어쩌라고요."
라고 말한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지금은 '너 참 어리구나.' '걔는 참 어리석었구나.'라고 생각하고 넘겨버리곤 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겐 어리고 어리석은 사람이었겠지'라고 되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