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광고를 업으로 시작하려는 이름 모를 후배들을 위해 쓴 글임을 먼저 밝힙니다.
카피 or 아트
아직도 광고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 직무를 하는 사람은 카피 아니면 아트입니다.
저는 이 구분이 지금의 시대에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자주 해봐요.
하지만 생각만 하죠. 제가 뭔가 대안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회사 내부에서 아이디어 디렉터, 크리에이터나 콘셉트플래너 같은, 뭔가 새로운 이름을 고민한 적이 있긴 해요.
하지만 오랜 관성을 바꿀 만큼의 파괴력이 있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철 지난 듯 보이는 이 구분을 어떻게 달리 정의해수 있을지 생각만 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분법의 단점은 이야기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광고대행사들의 경계가 많이 옅어지고 있죠. 그러다 보니 제작업무의 영역도 과거와 달리 다양해지고 넓어지고 있기도 해요.
TV광고, 라디오 광고, 신문 광고만을 집행하던 과거와는 다르죠.
인쇄물은 많이 줄어든 반면 장초수의 유튜브 광고를 만들거나, 최근엔 쇼츠 컨텐츠를 기획해야 하기도 하고 모바일 프로모션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죠. 퍼포먼스 배너 소재를 만들 수도 있고요.
제작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제작 직무 안에는 글 다루는 사람, 그림 다루는 사람. 이렇게 구분이 되어 있는 거예요.
광고회사에 입사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AE냐 제작이냐 제작이라면 카피냐 아트냐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섭니다.
하지만 선택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실은 보이지 않는 굴레가 생기는 순간일 수 있어요.
글재주가 있으니 나는 카피야. 나는 디자인 전공했으니까 아트가 어울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스스로 그 안에 갇혀 버릴 수 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카피 한 줄.
멋지긴 한데 현실적으로 소비자를 한 줄의 카피로 설득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아트는 어떤가요? 그림이나 영상으로 광고를 팔겠다고 생각하면 소위 레퍼런스 팔이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죠. 내가 만든 비주얼이 아닌 이상 좋은 레퍼런스를 찾아 광고주를 설득하는 일은 늘 표절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광고대행사를 가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중에서도 카피나 아트와 같은 제작 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런 조언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카피와 아트를 버려보자
아마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는 채울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거기에 더해 내가 잘하는 것을 추려 보여주는 건 더 힘들 거예요.
왜냐면 나를 카피라이터나 아트디렉터로 규정하면 그에 걸맞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거든요. 카피 실력을 뽐내기 위해 다양한 글재주를 보여주거나, 아트디렉터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그와 관련된 실력을 뽐내야겠죠. 카피는 그나마 나은데 아트는 뭘 보여줄지 애매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정작 광고회사에 오면 진짜 카피를 쓰는 일, 아트를 디렉팅 하는 일들보다 더 많이 하는 게 있어요.
광고주의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내는 일입니다.
그것은 콘셉트 아이디어 일 수도 있고 프로모션이나 타겟팅 아이디어 일 수도 미디어나 새로운 고객 경험의 아이디어 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큰 의미에서 광고는 문제를 해결해 줄 답을 찾는 일이에요.
근데 '나는 카피니까 글을 쓰면 되고 나는 아트니까 비주얼을 고민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면 딱 거기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되죠.
저는 오히려 ‘나는 문제 해결의 답을 찾는 사람이야.라는 접근을 해보는 걸 추천드려요.
포트폴리오 역시 '카피라이터 누구입니다', '아트디렉터 누구입니다' 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누구입니다'가 임팩트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결국 실전에서도 실행단의 제작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인정받는 건 전략 방향에 맞게 문제를 해결해 줄 솔루션이거든요.
나는 카피를 쓰는 사람이야.라고 규정하면 문제의 답을 텍스트로만 생각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문제의 답은 아주 다양한 형태로 나올 수 있거든요.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광고 캠페인들은 대부분 단순한 TV영상이 아닌 경우가 더 많잖아요? 흔히 말하는 빅 아이디어들이죠.
이런 빅 아이디어들은 문제를 해결할 세상에 없던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인식을 바꿀 기발한 경험의 형태가 될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카피나 아트로 본인을 억지로 규정하지 말고 문제의 솔루션을 찾는 사람으로 생각하길 권하고 싶어요.
솔루션을 찾을 때 본인이 갖고 있는 장점을 활용하는 건 더없이 좋은 무기가 될 겁니다.
ATL이라는 말이 사용되던 시절엔 신문 광고를 만들기 위해 꼭 카피와 아트 두 사람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다른 역량이 필요하고 그에 맞게 나를 포장할 필요가 있어요.
디지털 뉴노멀의 시대, 제작 업무에서 중요한 건 스킬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고’입니다.
스킬이 아닌 생각을 팔기 위해 노력을 하면 좋겠어요.
스스로 어려운 과제를 찾거나 규정해 보고 해답을 찾는 노력을 해보세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최근 광고를 하나 고르세요. 이 광고는 왜 만들어졌을까? 를 생각하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는지 유추해 보세요. 문제를 발견했다면 더 나은 솔루션은 없었을지 답을 찾아보는 겁니다.
-한국관광공사의 광고를 봤다면 이런 유추를 해보는 거예요. 펜더믹이 끝나고 모두 해외로 갈 때 국내 여행을 활성화할 방법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