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의도 찾기
이 글은 광고를 업으로 시작하려는 이름 모를 후배들을 위해 쓴 글임을 먼저 밝힙니다.
앞에서 AE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죠?
AE들은 광고주를 이해하는 일이다.라고요.
PT를 할 때 AE들은 광고주와 대면 혹은 서면으로 RFP에 근거한 OT를 받습니다.
OT를 주는 입장에서 받는 입장이 되니 처음엔 좀 낯설었죠.
대행사에서 RFP를 받고 나면 AE들이 요청 과제에 근거한 FACT북을 관행적으로 정리하고 있었어요.
여러 번의 PT를 경험하면서 AE들이 제안작업에서 어떤 기여를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봤죠
AE들은 PT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저는 이 역시 광고주를 이해하는 일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RFP의 표면에 나와 있지 않은 Context를 찾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표면에 있는, 누구나 볼 수 있는 RFP의 text가 아니라 이 RFP가 나오게 된 배경이나 숨겨진 욕망들을 찾아보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광고주가 작성하는 RFP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그래서 그 속에 숨은 의도를 찾아내는 게 중요할 때가 많아요.
만약 대면 OT를 한다면 질문을 통해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지만 1:다의 OT에서는 질문을 잘하지 못해요. 질문에서 전략이 드러날 수 있으니 모두 숨만 죽이죠.
질문할 수 없다면 최대한 많은 자료에 접근해 Context를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회사의 재무 재표를 보신 적 있나요? 매출이 얼마나 나오고 이익은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회사라면 확인해야 합니다.
이 회사는 매출이나 이익이 잘 나오는 회사인가? 아니면 반대인가?
매출이나 이익의 많고 적음은 회사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나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RFP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매출이 정체되어 있다면 그것을 돌파할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예상할 수 있고 매출 이익이 너무 좋으면 이들은 당장의 판매 증진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브랜딩을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죠.
회사의 광고나 마케팅에 대한 의사 결정자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건 RFP에도 없고 누가 이야기해 주지 않죠. 하지만 의사 결정자가 누구이며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프리젠테이션의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 인테리어 전문 회사의 PT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저는 신문기사를 통해 회사의 의사 결정자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했습니다. 조사해 보니 기존 회사는 지분을 모두 캐피털 회사에 넘겼고 대표임원을 새로 선임했더군요. 대표임원은 유명한 카드 회사의 CMO출신이라는 것도 알았고요. 새로운 대표가 왔고 새로운 광고를 진행하면 당연히 CMO 출신이니 관심이 많을 거라 생각했고요. 전략의 많은 부분을 새로운 대표의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노력은 피티의 승리에 긍정적이었어요.
의사결정자의 인터뷰들이나 담당자가 최근에 만든 광고나 프로모션 등을 통해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작업은 경쟁 비딩의 당락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파악하는 건 당연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 역시 누구나 파악할 수 있는 text적 관점의 자료 보다 누구나 찾을 수 없는 것들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배민의 배달 알바인 배민커넥트 PT를 할 때 AE 한 명은 바로 배민커넥트를 신청하고 자전거를 사서 직접 알바를 뛰기도 했습니다. 그의 생생한 경험은 그 어떤 자료보다 큰 인사이트 자체였죠. 당연히 그런 인사이트는 큰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팩트가 아니라 팩트 속에 숨겨진 의도와 함의들을 찾아내 주면 그것이 전략 방향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하고 결국 과제를 해결할 크리에이티브와 연결되는 거죠.
AE들은 PT과정에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표면적인 자료를 찾아 보여주기보다 자료 속에 숨겨진 의미를 꺼내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작 쪽에서 더 날카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죠.
여러분도 RFP에 TEXT에 숨겨진 CONTEXT를 잘 찾는 AE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