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포트폴리오에 담긴 '생각'

광고회사 지원은 나를 팔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

by 김대영

'자기를 팔지도 못하는 데 남의 물건을 어떻게 팔까?'


회사에 지원하는 많은 지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었어요.

광고회사는 결국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솔루션을 만드는 일이 핵심 이잖아요.

다른 업은 모르겠지만 광고회사에 지원을 한다면 포트폴리오 역시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첫 장에서부터 이런 생각은 판가름 나게 돼요.


여러분들의 포트폴리어 첫 장은 어떤가요? 혹시

'안녕하세요. 카피라이터 000입니다' 로 시작하지는 않나요?

이런 첫 장은 어때요?

'저는 쓰레기통입니다'

저는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 같아요. 뒤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잖아요. ^^


저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은 광고제안서를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경쟁 비딩의 제안서는 수십억의 매출이 걸려있는 중요한 문서죠. 그래서 광고주를 설득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입니다. 제안서는 설득의 과정입니다. 왜 우리가 이런 컨셉과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었는지 설득의 논리가 필요하고 그에 걸맞는 창의적 아이디어들도 필요해요.


비딩에서 광고제안서가 필수이듯 대행사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제출합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무언가를 판다는 의미에서 보면 광고 제안서와 지원자의 포트폴리오는 많이 닮아 있는 거죠.


그러니 포트폴리오 역시 나를 팔기 위해 어떤 전략과 설득 논리가 있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포트폴리오는 지원자가 관여한 광고의 내용을 나열하기만 하는 거에요.

아무리 페이지가 많아도 1분 만에 훑어 보고 드는 생각은


'뭘 보라는 걸까?'

'이 광고를 혼자 만들었다고?'


광고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대부분은 팀을 꾸려 협업을 하죠.

그러니 포트폴리오에 자신이 어떤 부분을 담당했고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지 자세히 이야기할수록 신뢰는 커기죠.


제가 본 포트폴리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케이스를 하나 말씀 드려볼게요.


이 지원자는 자신이 관여한 광고의 아이디어가 어떠한 사고의 과정에서 나왔는지 자세히 기술했어요. 이런 내용을 보면 '이 사람이 진짜 이 아이디어를 낸 거구나', '남이 낸 아이디어에 올라탄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죠.

광고가 팀 작업이다 보니 해당 아이디어가 본인의 아이디어인가?라는 궁금증이 많이 들거든요. 기여도 00%를 넣어도 쉽게 판단이 서지 않으니까요.


거기에 더해 각 캠페인마다 어떤 부분에서는 잘한 거 같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부족함이 있었고 다시 한다면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등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배운점을 넣었어요.

포트폴리오의 아이디어가 생각만큼 좋지 않아도 지원자가 배움을 통해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본인이 작업한 광고 작업물들이 많지 않은 신입들은 좀 더 전략이 필요해요.

본인의 포텐셜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거죠.


포트폴리오가 나라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광고 제안서라고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나의 강점을 분석하고 이 강점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전략을 짜보는 거예요.

상품을 팔 때도 핵심 셀링 포인트를 찾아내서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의 강점을 하나로 정하고 강점을 백업하기 위해 여러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는 거죠.


하지만 신입들은 포트폴리오에 넣을 것이 많지 않다는 현실적 고민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나의 USP를 열정으로 설정할 수도 있어요. 내가 얼마나 광고에 열정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많은 광고의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내가 그 광고를 만든다면 다른 방식, 다른 카피, 다른 비주얼을 통해 더 업그레이드해보겠다는 내용들만으로도 열정을 보여줄 수 있어요.


혹시 광고 대행사에 취업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이직을 준비하시는 낮은 연차의 광고인이 있으시다면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한번 꺼내 보세요.


나라는 상품의 강점은 잘 분석되어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나의 강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지. 그러한 근거는 무엇으로 보여줄 것인지들이 잘 드러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처음 이야기 했지만 첫 장에서부터 이 포트폴리오를 읽고 싶게 하는 몰입을 주는 건 더더욱 중요해요. 유튜브 광고와 같은 거죠. 스킵을 누르지 않게, 첫 장에서부터 읽고 싶게 만들 '무언가'를 찾아보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년 만에 떠나는 후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