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상품의 품질 보증서
역량이 매우 좋은 듯 보임. 회사를 1년마다 옮김.
역량은 나쁘진 않은 듯. 한 회사를 꾸준히 다님.
여러분이 경력사원 채용을 한다면 누구를 뽑으시겠어요?
이 글을 보시는 분은 광고에 관심이 있거나 광고를 업으로 하는 사람일 겁니다.
광고를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라면
광고가 싫어져서 광고업계를 떠날 확률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마 우린 앞으로 광고를 오래오래 해야 할 거예요.
광고를 만들 때 우린 상품과 서비스, 브랜드의 장, 단점을 꼼꼼하게 체크하죠.
그래야 광고해야 할 '것'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게 될 수 있고, 그래야 좋은 광고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요.
저는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이력서를 봅니다.
많은 분들의 이력서를 보고 있으면 흡사 내가 쇼핑을 하고 있는 듯 한 착각이 듭니다.
채용을 하는 일은 살 물건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력서를 쓰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면접을 하는 이 모든 일들은, 어감이 좀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나를 팔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들입니다.
그럼 이런 질문이 가능합니다.
'어떤 사람이 잘 팔리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까?'
'무엇 때문에 잘 팔리고 그렇지 않고 가 결정 날까?'
상품을 구매할 때 우린 보통 해당 제품의 스펙을 봅니다.
어디서 만들었는지, 어떤 원료로 만들었고, 어떤 부품을 썼고, 혹은 어느 공장에서 누가 만들었는지까지도 알 수 있죠. 제품을 선택할 때 많은 것들이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비싸지 않은 저관여 제품이야 큰 고민 없이 손에 들지만 비싼 제품으로 갈수록 꼼꼼하게 비교하고 구매하죠.
만약 채용의 과정을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이라고 치환해 본다면 '지원자'는 아주 높은 고가의 고관여 상품입니다. 렌트의 개념으로 보자면 매년 수천에서 억대가 넘는 돈을 주고 물건을 빌리는 일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제품에는 제품의 설명서나 보증서가 있듯이 우리에겐 이력서라는 게 있어요.
포트폴리오는 내가 지금껏 해온 일들을 잘 정리해서 자랑할 수 있는 무기가 되죠.
이력서는 내가 어느 학교, 무슨 전공을 했고 그전에는 어느 회사에서 얼마나 일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모두가 그런 기준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제가 경력사원을 뽑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하나 있어요.
한 회사에서 얼마나 오래 근무했는가입니다. '오래'라는 것은 주관적입니다.
저는 적어도 한 회사에서 3년 이상 근무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요.
만약 10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지원자가 2년씩 5번을 이직했다면 저의 기준에는 맞지 않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좋은 포트폴리오와 누구나 아는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고 해도 뽑지 않아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제가 경력 사원을 뽑고자 하는 이유는 좋은 인재가 회사와 핏을 맞춰 오랜 시간 동안 기여해 주길 바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10년 동안 5번의 이직을 했다는 것은 회사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지원자 개인의 문제일까요? 5번의 회사가 모두 문제가 있을 확률보다는 개인의 성향이 문제일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요?
한 가지 짚고 갈 건 1~2년 만에 회사를 옮기는 것을 문제로 볼 거냐 아니냐인 거 같아요. 이 건 개인차가 존재할 거예요. 누군가는 매너리즘을 경계하며 이직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봐줄 수도 있고 1년이건 2년이건 있는 동안에 기여만 하면 될 거라 생각을 하면 문제 될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런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적어도 3년 이상은 회사에 있어야 좋은 인재일 가능성이 있다.
왜냐고요? 좋은 인재는 어떻게든 회사가 나가게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어서예요. 연봉을 올려주던지 장기 휴가를 주거나 승진을 시키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예요. 반대로 2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나왔다는 건, 회사가 잡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 일 수 있죠.
누가 잡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은 그 자체로 장점일 수 있죠. 포트폴리오도 좋은데 한 회사서 오래 일한 경력이 있다면 우리 회사에서도 그럴 확률이 있겠죠. 누구나 좋은 인재가 오랜 시간 동안 기여해 주길 바랄 테니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겁니다.
오늘 1년 만에 이직하는 후배에게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후배가 이직을 결심하는 데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거예요. 그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직을 결정할 환경을 마련한 것에 책임을 느꼈어요. 하지만 새로운 회사에서는 어떻게든 좀 더 오래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줬죠. 일하는 내내 나를 따라다닐 이력서를 잘 관리하는 일은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