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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Jan 03. 2024

광고대행사의 리더_1

중요한 것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대행사'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많은 인기를 끌지는 못한 것 같다. 나도 전반부 몇 편을 보다 말았다.

드라마의 주된 줄기를 끌어가는 것은 기획임원과 제작임원의 정치싸움으로 알고 있다.

대행사에 근무하는 나에게 이 드라마가 재미 없었던 이유는

기대했던 '광고' 이야기 보다 '정치'에 더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드라마의 무대가 대기업 계열의 대행사가 아니고 작은 광고대행사였다면

아마 '정치' 보다 '광고'를 더 다루는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드라마는 광고대행사의 이야기라기보다 대기업의 정치싸움에 대한 '흔한 이야기'였고

그것이 실패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


대기업 근무 이력이 있는 나에게 사내 정치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광고대행사 입사 전, 임원으로 근무하던 보험회사를 나오며 든 생각은, 

'아~ 나는 정치적인 사람이 되기는 글렀다' 였다.

직장 내 정치 싸움의 승리, 그건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마흔이 넘어 운 좋게 광고대행사의 임원이 되었다.

조직을 맡게 되면서 생각한 철칙이 하나가 있다.

'내가 맡은 조직에서 사내 정치는 필요 없게 하자'


정치(政治)는 바르게 다스린다는 뜻을 갖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모든 인간관계에 내재된 권력관계'로 정의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로 인해 사내 정치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광고대행사에 와 보니 이전 회사와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광고대행사에는 내부의 적보다 더 무서운 외부의 적(?)이 있다.

광고주가 준 일. 대행사는 늘 광고주가 준 일과 싸운다.


광고대행사의 리더는 광고주의 일과 전쟁을 치르는 동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외부와의 싸움도 바쁜데, 내부에서 씨름할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대기업 근무 시절, 많은 힘을 쏟던 일은 '윗사람의 말을 해석하는 일이었다'

회장님, 사장님, 부사장님... 높은 직급을 가진 사람들과는 만날 기회가 적다.

자연스레 소통이 많지 않으니 그들의 생각을 알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생각을 맞추지 않으면 눈 밖에 나기 십상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투자하는 일은 정작 '소비자를 위한 가치 있는 일' 보다

'윗 분들의 생각'을 해석하고 그 생각에 맞추는 일이 된다.


개인적으로 회사엔 한 분의 직속 보스가 있다.

8년째 근무하는 회사에서 보스의 생각을 해석하려 노력한 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어보면 되니까.


 

회사의 규칙 10가지 중 첫 번째 룰은 '리더를 잘 사용하자'이다.

광고대행사의 직원들은 광고주의 생각을 읽기에도, 그들에게 잘 보이는 일에도 벅차다. 

광고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만 집중해도 잘 할까 말까다. 


광고대행사의 리더는 최대한 내부의 일, 쓸데 없는 일에 신경 쓰지 않게 해야 한다. 

내부에서 리더의 생각이 무엇인지, 리더에게 잘 보이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해선 안 된다.


나 역시 아직 리더로서 더 배우고 실천해야 할 것이 적지 않다. 

적어도, 회사의 동료들이 나의 생각이 무엇인지, 일 이외의 것으로 나에게 잘 보이려 들지 않게 하려 노력한다. 

후배들이 성장하고 광고대행사의 리더가 되었을 때 '광고대행사의 리더'이기 때문에 더 노력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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