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면서 광고를 하는 이유_3
처음 광고대행사에 입사 입사했을 때, 회사엔 CD는 물론 카피라이터나 아트디렉터도 없었다.
지금도 많이 유명하지 않지만, 더 유명하지 않았던 시절, 실력 있는 경력사원을 뽑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보석 같은 원석을 뽑기 위해 노력했다.
신입 카피라이터를 뽑았고 그는 5년 넘게 나와 함께 했다.
펜타클이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해주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말도 함께 했다.
남들보다 월급을 좀 더 올려줄 수 있으나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바람을 채워줄 순 없었다.
그건 나 역시 하고 싶으나 못하는 일이니까.
그에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말고, 잘하는 일을 해, 잘하는 일이 있다는 건 정말 복 받은 일이야"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잘 냈다.
브랜드에 따라 기복이 심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 때, 홈런을 칠 줄 알았다.
나는 그가 4번 타자 같아서 든든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 행복하길 원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걸 하면서 행복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 문장이 완벽해지려면 몇 단어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인정받고, 돈을 잘 벌면) 행복해질 수 있다'
너무 자본주의적 마인드인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인정 안 받아도, 돈 못 벌어도 행복해질 수 있나?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십몇 년 간 고작 4번의 이직뿐이어서, 많은 회사를 경험해보진 못했다.
하지만 광고대행사의 업무가 가장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이전의 광고주로 돌아가거나 회사를 바꿀 생각이 없다.
그 이유는 늦게나마 이 일이 '내가 잘하는 일' 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함으로써 행복하라"라는 세스고딘의 말에 많이 동의한다.
그가 인터뷰에서 디테일하게 하지 못한 이야기는 아마 이런 이야기 일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고 인정받는 것, 그것이 빠르게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다'
누군가 나에게 힘든 광고를 왜 하느냐고 물어보면 여러 이유 중 가장 먼저 이렇게 답할 것이다.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
"인정받으니 돈을 받겠죠? 못하면 잘리지 않을까요?"
잘하는 일로 인정받고, 남들보다 조금이나마 돈을 더 벌 수 있는 일이 광고라서 나는 광고를 한다.
어찌 되었든 광고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배들은 모두,
평범한 다른 사람들 보다 ‘광고를 잘해서’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들어와 보니 나보다 잘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함정이지만...)
잘하는 일이 있다는 건 복 받은 일이다. 행복한 일이다.
그것이 더럽고 어렵고 힘든 광고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