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딩 기간에 떠난 발리에서의 휴식
LG트윈스에는 플럿코라는 외국인 투수가 있었다. 2년동안 26승을 챙긴 에이스다.
플럿코는 2023년 하반기 몸상태를 이유로 출전하지 않은 경기가 많아졌고 한국시리즈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하 1 선발이었지만 꾀병 논란을 만들며 좋지 않은 이별을 하게 된다.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다음날 플럿코는 미국에서 수술을 받은 사진을 올렸다.
결국 구단의 바람만을 이유로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면몸 상태는 더 나빠지고 선수 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본인밖에 없다.
2023년 11월 발리에 와 있다. 4박 6일의 가족 여행.
아직 한 달 하고 반이나 남았지만 2024년 연간 비딩을준비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은 이미 2024년이다.
2023년은 여러모로 기억될 해다. 입사 후 가장 많은 경쟁 비딩에 참여했고 가장 많은 패배도 경험했다.
한 달전쯤 감기로 시작된 몸이 평소와 달랐다. 다부진 체격이나 강철 체력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골골대는 몸상태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병원에 가서 몇 가지 몸 상태를 확인했다. 여러 모로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의사는 앞으로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른 몇 가지 약은 운동이나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조절해 보자고 이야기했다.
회사에는 '펜타클 룰'이 있다. '펜타클이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한 여정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쉴 때 잘 쉬는 것이 프로'는 그 중 하나의 룰이다.
나는 프로니까 ㅋㅋ, 한 개의 비딩과 몇 개의 보고를 회사 동료들에게 맡기고 떠나왔다.
신뢰할 만한 든든한 동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중요한 비딩 기간엔 가능한 휴가를 미뤄주면 좋겠다는부탁을 동료들에게 한 적도 여러번 있어 미안했다.
그래도 이쯤에서 쉬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광고대행사의 특성상 밤을 새우며 경쟁 비딩과 광고주보고를 준비할 때가 많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다. 뿐만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를 내야 하거나 말도 안 되는 광고주의 요청사항으로 마음고생도 많다. 심리적으로는 더 힘든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하는 동료들이 있다.
고마운 마음이 많지만 긴 호흡에서 보자면 고마워할 일이 아니기도 하다.
몸과 마음을 사리지 않은 희생은 단기적이며 가시적인결과들이 만들겠지만 멀리 보면 손실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여러 일들을 뒤로하고 잠깐 쉬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누군가는 '이 바쁜 와중에 어딜 가냐' 서운함을 가지겠지만 이렇게 바쁜 때에도 휴식이 필요하다면 떠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당신들도 이런 시기가 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자기 몸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자신뿐이다. 누군가가 당장 쉬어야 할 때라고 말하는 순간이 와버리면 늦다.
스스로 미리미리 나의 몸과 마음을 살펴줘야 한다.
마음과 몸의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아프기 전에 쉼표를 찍어줘야 한다.
누군가가 알아줄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바보 같은 일이다.
쉼표를 찍어주는 결정은 본인 밖에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