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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 일치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의 소중함

by 김대영

네이션 사와야


뉴욕대의 로스클 출신으로 초봉 2억이 넘는 보수를 받으며 로펌 변호사로 일하던 그는 변호사란 직업을 그만둡니다. 이유는 레고를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였어요.


누가 들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사실입니다.

네이선 사와야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는 장난감인 레고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레고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네이선의 "The Art of the Brick"이라는 전시회는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꼭 봐야 할 전시회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죠.

레고 블럭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인 그는 어린아이들이나 가지고 놀 거라는 선입견을 깨고 레고 아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어요. 어릴 적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레고 어른이 되어서도 좋아하게 된 거죠. 그 좋아하는 걸 위해 변호사도 때려치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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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콜라에 미친 사람, 다카히데 고바야시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콜라를 좋아해서 이름까지 콜라 고바야시로 바꿨데요.

그는 일본 수제 콜라 시장을 개척한 이요시 콜라伊良コーラ의 창업자죠.

2022년 현재 이요시 콜라 판매처는 일본 전역에 800곳이 넘었다고 해요.

고바야시는 술을 잘 못 먹었는데 대학에 진학해 술자리가 많아지자 콜라를 먹었데요. 그렇게 콜라를 좋아지자 여러 종류의 콜라를 마셔보기 위해 학교를 휴학하고 3개월 동안 30여 개 국가를 여행하기도 했데요. 그렇게 콜라를 좋아하고 공부하고 직접 만들면서 지금의 콜라 회사를 창업하고 일본에서 성공한 수제 콜라회사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그가 롱블랙과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쉬운 결정이었어요. 이요시 콜라를 만들 수 있는 건 세상에 저 한 사람뿐이잖아요. 광고 일을 좋아했지만, 그건 ‘꼭 내가 아니어도 되지 않나’,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유명한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회사를 나와 콜라 회사를 차린 이유죠.


덕업 일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없던 말이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보면 덕업일치를 통해 좋아하는 걸 하면서도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총을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는 총 리뷰를 하는 유튜버가 되고, 화장을 좋아하거나 게임을 좋아하는 누군가는 일반 직장인 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기도 하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참 복된 일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영화감독이나 PD가 되고 싶었어요.

뭔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지금은 광고를 만들죠. 졸업을 앞두고 신문광고를 봤는데 광고로도 내 생각을 표현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스펙스 광고였습니다.


여러 광고대행사에 지원했지만 다 떨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던 거죠. 대학 내내 광고를 하고 싶다고 준비한 사람들과 저는 이력서에서 조차 상대가 안 됐을 거예요.

당연한 결과였죠.


늘 광고를 하고 싶었던 저는 자연스럽게 회사 내 업무 변경을 통해 광고주로 광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3년 차 직장인으로 여전히 광고를 하고 있는 저는 광고가 좋습니다.

어렵고 힘들고 지칠 때도 종종 있어요. 마냥 즐거운 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늘 머릿속에 내 아이디어로 어떤 제품, 어떤 서비스, 어떤 기업, 어떤 소비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걸로 더 멋지게 성공한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개인적으로 덕업일치를 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제가 신입 사원의 면접을 볼 땐 '광고를 좋아해요?'라고 물어봤어요.

어렵고 힘들 일이 많은 업이다 보니 광고 자체를 사랑한다면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죠.

지금은 그 질문을 하지는 않아요.

왜냐면 광고를 사랑하지 않고도 광고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오히려 광고를 좋아하지 않고 거리를 둠으로서 덜 상처받고 일 자체로 묵묵히 해나갈 수도 있는 거니까요.


예전에 비해 줄었지만 광고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여전히 많은 거 같아요.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광고를 사랑하지 않고, 광고를 잘 몰라도 광고를 할 수 있어요.

어쩌면 그것이 더 오래 광고를 하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를 사랑한다면 그것 역시 광고를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이죠.

물론 일이고 밥벌이니까 지긋지긋하고 권태기가 오거나 싫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연인 관계도 마찬가지죠. 오래 사귀면 사랑은 하지만 그만큼 싸우기도 하고 싫어질 때도 있고 그렇죠.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이 변치 않면 오래오래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행복할 수 있잖아요?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많은 문제들을 만나도 오래갈 수 있는 거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자신의 업을 진심으로 사랑해 보는 도전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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