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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까리가 되려는 이유

광고라는 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치

by 김대영

'AE는 따까리 아니에요?"


한 방송 프로에서 나온 AE의 정의.

AE와 함께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PD가 한 말이 세간의 입에 오른 일이 있었죠.


따까리 :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맡아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방송사 PD의 생각은 업계와 주변에서 얻어들은 것일 테니 그의 편견을 비난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습니다.

사전적 정의를 보면 AE들이 공감 못할 법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만큼 광고주와 상대하는 AE들이 힘든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AE인 출연자가 방송에서 '따까리'라는 말에 수긍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어요.



코바코로부터 취업 특강의 강사로 초대받은 적이 있습니다.

워낙 광고 업계는 힘든 곳이라는 인식들이 많아진 터라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걱정되었어요.


처음 광고 회사에 들어가겠다고 생각한 것이 거의 25년도 다 되었으니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땐 광고 회사의 인식이 지금 보다 나쁘진 않았어요. 오히려 선망의 직업에 가까웠죠.

지금은 다양한 밈을 통해 광고업계의 고된 업무가 만천하에 공개됩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정보들이 쉽게 공유되는 디지털 시대의 특징에 맞닿아 있습니다.

사람들이 선한 댓글을 쓸 확률은 나쁜 댓글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광고업의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훨씬 쉽게 사람들의 눈과 귀로 들어갈 확률 역시 큰 거죠.


취업 특강에서 제 첫 질문은 '모두 광고가 힘들다고 하는데 여기 계신 분들은 왜 광고를 하려고 하는가?'였습니다.

다양한 대답이 나왔어요. 재미있으니까, 창의적인 일이니까,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으니까..


저는 광고가 가치를 찾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제품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좋은 가치를 찾아내 주는 일은 마치 진품명품에 나온 허접한 도자기가 누군가에 의해 보물이 되는 순간과 비슷해요.


누군가에겐 거리에 버려질 법한 오래된 꽃병으로 보일 것이 그 속의 역사적 사실을 꺼내어 주고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주면 한 순간에 보물이 되어버리죠.

물론 이런 이야기를 광고와 연관시키면 좀 거창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쉬운 일도 아니고요.


아주 현실적이며 나의 생활에 조금의 반짝임을 주는, 광고 업에 대한 보람은 어쩌면 우리가 만드는 광고가 단 한 명에게라도 '영향'을 주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알지 못했던 좋은 제품을 써서 삶이 조금이나마 편해지는 일, 혹은 맛있는 무언가를 먹고 기분이 좋아지는 일, 좋은 옷 하나가 주는 좋은 경험일 수도 있겠죠.


펜타클이 진행했던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 이란 광고가 있어요. 수어로 CM송을 만든 부라보콘 캠페인이었죠. 캠페인이 종료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튜브에 들어가 댓글을 보았습니다. 광고가 끝나 댓글의 수가 늘어나진 않았지만 못 보던 댓글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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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도 끝난 기간이고 누군가가 굳이 거짓으로 이런 댓글을 달 이유도 없을 테니 아마 진심의 글이었을 겁니다. 2살 청각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글.


한 엄마의 광고 감상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을 바꾸고, 인식을 바꾸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창함으로써의 광고, 대중 전체 또는 사회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정도의 대단함이 아니어도 우리의 일은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


단 한 사람이라도 우리가 만든 광고로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나게 할 수 있다면, 브랜드가 지향하는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광고를 한다는 것은 그 어떤 업 보다 할 만 가치가 있지 않을까?

저는 그래서 오늘도 광고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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