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7년째 린드버그 안경을 쓰고 있다.
"이 안경테가 60만 원이야?"
가격에 놀란 마음을 애써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안경을 권해주는 후배에게 최대한 덤덤하게, 가격을 확인하는 정도의 톤으로 이야기했다.
같은 과를 나온 후배는 글쟁이가 아니라 안경사가 되었다.
30 중반의 나이에 20대들과 함께 두 번째 대학생활을 한 그는 안경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응원의 마음을 더해 새로운 안경을 맞추러 후배의 안경점에 찾아갔다.
후배는 린드버그라는 안경을 추천해 줬다.
처음 들어본 브랜드였지만 문대통령이 착용해 유명해진 건 어디서 들은 듯했다.
가격이 후덜 거리는 수준의 안경태였다.
나는 렌즈를 포함해 10만 원이 넘는 안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 안경에 큰 돈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었다.
후배에게 성공한 선배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일까?
쿨한 척, 덜컥 안경을 구입하고 말았다. 7년 전 이야기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린드버그 안경태를 쓰고 있다. 누군가가 돈 주고 구입한 것 중에 가장 만족한 제품을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이 안경태를 꼽을 것이다.
린드버그를 맞추고 난 후에도 다른 안경태를 구입했지만 린드버그의 절대적 만족감을 확인시켜 줄 뿐이었다.만약 후배가 이 안경태를 나에게 추천해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나는 여전히 린드버그의 편안함을 모른 채 십 몇만원 짜리 여러 안경태를 전전했을 것이다.
후배는 좋은 제품을 팔았고 이윤을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예전엔 몰랐던 좋은 제품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펜타클에서는 Finding value를 광고업의 핵심으로 삼고 실천하려 노력한다.
기업도 모르고 있는 제품, 서비스, 브랜드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주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그 반대편, 소비자 측면에서도 finding value는 적용된다.
소비자로서 내가 린드버그의 안경을 만난 것과 같은 것이다. 나는 그 전까지 안경이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큰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린드버그는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안경테의 가치를 알려주었다.
한샘의 포시즌 침대의 광고를 만들 때 우린 '침대피로'라는 새로운 개념을 생각해 냈다.
사람들은 숙면을 위해, 잠자는 동안 수십 번을 뒤척인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침대의 스프링이 좋지 않으면 자신의 근육을 이용해 뒤척여야 한다.
잠자는 동안 근육을 쓰게 되면 당연히 수면 중 피로가 쌓이게 된다. 좋은 스프링이 침대에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는 탄성이 좋지 않은 침대를 쓰며 수면 중 오히려 피로가 쌓인다.
침대피로라는 워딩을 통해 사람들에게 강탄성의 좋은 스프링에서 자야함을 이해시켜주고 구매를 통해 좋은
침대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 역시 finding value다.
이렇게 마케팅은 소비자가 모르고 있던 가치를 찾아서 그들의 삶이 더 좋아질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마케팅은 소비자를 이용해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된다. 마케팅을 이용해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에서 마케팅이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너무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마케팅 솔루션을 찾을 때 세스 고딘의 이야기는 등대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마케팅을 통해 회사의 매출, 이익을 올려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finding value의 접근은 회사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소비자의 문제까지 해결해 줄 수 있다.
좋은 가치를 찾아내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줄 때 자연스럽게 기업의 문제도 해결된다.
펜타클이 반짝이는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앞서 제품의 가치 찾기에 열중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