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와 creative
'여보 정말 어린이집에 이렇게 아이를 많이 보내는 게 맞아?'
한국인삼공사 홍이장군의 비딩 준비를 하던 어느 날, data를 확인하다 의문이 들어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통계청 data를 통해 어린이 집에 아이를 보내는 숫자의 변화를 확인 중이었다.
10년 전에 비해 어린이 집에 보내는 숫자가 너무 크게 올라 있었다.
거의 90% 육박하는 가정이 3~5세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고 있었다.
'맞을 걸? 거의 다 어린이 집에 보내지,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거 때문에 다 보내잖아'
아내의 말처럼 국가가 어린이집의 보육비를 지원해 주는 시기부터 급격하게 그래프는 올라갔다.
data를 확인하자 며칠간 고민하고 있던 문제의 답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에 안도했다.
당시 다른 대행사가 제작한 홍이장군의 기존 TV 광고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등장한다.
제품은 자녀의 연령에 따라 3단계로 나뉘어 있었는데 TV광고는 그렇지 않았다.
거기서부터 의문이 생겼다. 연령에 따라 제품을 나눈 이유가 있을 텐데, 왜 광고는 하나의 연령대만을 노출하고 있을까?
3살짜리 엄마가 초등학생이 나오는 홍이장군 광고를 보면 내 아이의 이야기라고 느낄까?
이런 질문들은 결국 '아이의 나이에 따라 엄마가 원하는 면역력은 다를 것'이라는 가설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데이터를 찾기 시작했다.
정부 3.0, 통계청, 심평원 등의 데이터를 며칠간 찾았다.
어린이 집 등원율이 올라가는 것과 아이들이 감염성 질병에 걸리는 비율이 같이 올라갔다.
3~4세의 어린아이들은 어린이 집에 등원하며 감기, 장염, 수족구등 감염성 질병에 노출된다.
그야말로 질병을 달고 사는 것이다.
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거짓말처럼 병원에 가는 일이 줄어들었다.
초등학생이 되면 감염성 질병에 대한 엄마의 걱정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이다. 대신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상담은 늘어났다.
3세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복용 가능 연령대가 넓다는 것은 각각 소구해야 할 지점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우린 미취학 아동과 취학 아동을 구분한 마케팅 방향을 설정했다.
미취학 아동은 감염성 질병 면역력을, 취학 아동은 학업 스트레스 면역력을 소구 했다.
신입사원들이 펜타클에 들어오면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data creative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사뭇, 함께 하지 못할 듯한 이성과 감성의 대표 주자 같은 data와 creative.
data와 creative의 결합은 관점에 따라 약간씩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는 데이터를 이용한 크리에이티브,
누군가는 데이터에 근거한 크리에이티브,
누군가는 데이터로 확인 가능한 크리에이티브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펜타클이 지향하는 data creative는 그리 거창하거나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홍이장군 캠페인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data는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위에서 이야기한 데이터에 근거하고 데이터를 이용한 크리에이티브에 가깝다.
광고 아이디어가 데이터로부터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 것을 광고 전략이라 부를 수 있고 크리에이티브로 가기 전 단계에 나와야 하는 광고의 방향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이것을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로 나누고 네가 해야 할 것, 내가 해야 할 것으로 구분 짓거나 선행되어야 할 것과 후행해야 할 것으로 나누어선 안된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싶은 AE는 물론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까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광고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문제해결의 과정이며 결국 소비자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누군가를 설득할 때 이성과 감성의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data는 공감의 확률을 높이는 좋은 설득의 근거가 될 수 있으며 아이디어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막혀있던 생각이나 갇혀있던 사고의 틀을 벗어나게 해 줄 단초가 되기도 한다.
문과생들과 수포자들로 가득 찬 광고대행사에서 data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남들과는 다른 접근의 차별적인 생각을 뽐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