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영 Aug 21. 2024

챗 GPT는 광고에 어떤 도움이 될까?

KGM 브랜딩 캠페인

몇 달간 KGM의 비전 선포식을 준비했다. 비전 선포식은 KGM의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과 철학 그리고 철학을 담은 새로운 자동차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KGM의 새로운 브랜드 철학을 알리기 위한 브랜드 영상 제작 과정은 험난 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으나 브랜드의 철학의 진심은 동의가 되었고 따라서 그 철학을 알리기 위한 작업은 즐거웠다.

슬로건은 [Enjoy with confidence KGM]

한글 해석 카피는 [모든 순간 자신 있게 즐기도록]으로 정했다.  

기업의 여느 슬로건들이 그렇듯 함축된 한 줄의 문장에서 브랜드 철학이 바로 느껴지기는 힘들다.


사실 많은 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느낀 건, 브랜드 슬로건은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는 이렇다'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브랜딩은 기업이 어떤 철학을 갖고 어떻게 소비자와 만날 것인가를 기업 스스로에게 말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기업 스스로의 약속을 통해 상품기획, 제품 개발, 고객 서비스에서 그 약속을 소비자에게 실천하는 것, 그 것이 브랜딩의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슬로건 만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슬로건에 담긴 철학으로 소비자와 만나야 하는 것이다.


Enjoy with confidence는 소비자 Benefit 차원에서의 슬로건이었다.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숨어 있는 KGM의 브랜드 철학은 [Practical Creativity]였다. 해석하자면 실용적 창의성.

이 문장에는 공간성이나 사용성 등의 실용성과 아름다운 디자인 같은 서로 상반되는 것들의 결합을 통해 창의적이고 안전한 차량들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KGM의 브랜드 필름을 통해 숨어있는 철학을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과제는 가볍지 않았다. 

RFP단계의 논의 과정에서 Practical Creativity의 난해함을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실용적 창의성에 대한 해석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키 컨셉을 잡는 초기에는 하늘을 날고 싶어 했던 비현실적인 상상이나 우주를 향한 열망 같은 상상이, 실용적 기술과 융합되어 비행기나 우주선으로 현실화되는 것을 실용적 창의성이라 해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정의된 컨셉의 방향은 '다름과 다름의 만남에서 위대함이 탄생하는 것'으로 다듬어졌다. 실용적인 생각과 창의적인 생각이라는 서로 상반된 개념이 만나면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는 의미였다.

브랜드 필름의 제작 단계에서 이 개념을 소비자에게 공감시키기 위해 '두 가지 다름의 만남으로 태어난 위대함'의 소재를 찾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과거와 같다면 컨셉의 방향성을 크리에이티브팀에 전달하고 며칠의 시간을 거쳐 소재를 시안화 하고 해당 아이디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챗 GPT를 통해 획기적으로 시간을 단축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생각지도 못했던 소재를 찾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아직까지 AI는 조력자라는 것이다.

챗GPT는 스스로 창의적인 크리에이티브 핵심 컨셉을 제안하지 못한다. 

하지만 선 개발된 컨셉의 방향성에서 필요한 소재를 찾는 데는 탁월한 조력자가 되었다.


KGM의 브랜드 철학을 전달할 영상의 핵심 컨셉은 [Differences Meet : 다름의 만남]이었다.

따라서 상반된 개념의 다름들이 만나 위대한 결과물이 나온 소재를 찾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 소재로 처음 생각한 것은 한글이었다. 해외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브랜드 필름을 만들기 위해 한국적인 실용적 창의성의 예시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챗 GPT에게 소재를 찾게 하기 위해 첫 개념을 잡은 카피를 알려주었다.


쉬운 언어가 필요하다는 실용적 생각

말소리와 입모양을 연결하는 창의적 생각

독창적 한글의 탄생


챗 GPT에게 첫 카피를 제시하고 한국의 역사 속에 실용적 생각과 창의적 생각을 동시에 담은 위대한 발명을 찾아달라고 했다.

챗 GPT는 순식간에 거북선, 첨성대, 직지심경, 자격루등의 다양한 발명들을 제시했고, 처음 보여준 예시 카피에 맞춰 다른 소재를 카피화까지 해주었다.


강한 군함이 필요하다는 실용적 생각

거북의 등을 본뜬 창의적 생각

세계 최초 철갑선의 탄생


논의 과정을 거치며 한국적 소재 이외에 세계와 근 현대로 눈을 돌려 또 다른 소재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이 때도 챗 GPT는 큰 도움이 되었다. 세계로 눈을 돌리자 더 많은 소재와 그에 맞는 카피를 제안했다.

제안 된 것 중 선택된 소재는 백신이었다. 약화된 바이러스를 통해 면역력을 키운다는 접근은 창의적인 생각과 잘 맞아 떨어졌다. 

물론 단 한 번에 딱 원하는 소재와 카피를 얻어낼 수는 없었다. 수많은 디렉션을 주면서 점차 원하는 소재와 카피를 얻어내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AI가 제시한 카피를 그대로 쓸 수도 없었다. 사람의 카피 워싱 작업은 여전히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팀 하나가 며칠을 해야 하는 일을 반나절이면 끝낼 정도의 효율적 작업이 가능했다.  


챗 GPT의 도움으로 Practical Creativity를 쉽게 설명해 줄 최종적인 소재는 한글과 백신으로 정해졌고 카피는 워싱 작업을 거쳐 아래의 영상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KGM은 글로벌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영상은 당연히 영문 카피화의 작업도 필요했다. 

광고 카피를 영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챗GPT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글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작업은 전문 번역가나 다른 툴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필요한 것은 '단순 한글 번역'이 아니라 영어 네이티브 카피라이터의 '영문 카피'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챗 GPT에 한글 번역이 아닌 영문 카피를 요청했다. 사실 두 가지 요청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챗 GPT에게 한글 카피의 영문 번역을 요청하면 광고적 카피의 맛이 살지 않았다. 하지만 '너는 한글과 영어에 능통한 카피라이터고 한글 카피를 영미권 문화 사람들이 임팩트 있게 느낄 카피'로 써달라고 요구했다.  챗 GPT는 이러한 요구를 이해했다. 영문의 한글 번역이 아니라 최대한 영미권 문화를 이해하는 카피라이터가 되어 카피를 썼다. 때로는 몇 가지의 대안을 제시하고 선택을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이 작업 역시 한 번에 뚝딱하고 완성된 것은 아니다. 수 십 차례의 요청과 수정 작업들이 아직까지는 필수 과정이다. 더불어 사람의 검수 작업도 필요했다. 하지만 전문가에게 영문 카피를 써달라는 요구와 카피의 어색함이 없는지 검수해 달라는 요구는 많은 시간과 노력의 차이가 있다. 

챗 GPT의 도움을 받아 만든 영문 카피는 아래와 같은 결과물로 나왔다. 



컨셉에 맞는 소재를 찾고 제시된 예시에 맞는 카피를 쓰고 영어권에 맞는 영문 카피를 쓰는 일까지 KGM 브랜드 캠페인에는 챗GPT의 조력이 고스란히 포함되었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광고 제작 단계에서 챗GPT는 아직 완벽하게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제시하지 못한다. 사람이 개입해 컨셉을 이해시키고 수많은 디렉션을 주어야 하며 결과물을 다시 사람의 손으로 수정하고 다듬어야 한다. 챗 GPT가 진화한다고 해도 사람의 창의성을 능가하는 만큼의 컨셉과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낼지는 미지수이며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렉션을 줄 수 있는 창의적인 광고인들에게 챗 GPT는 훌륭한 조력자가 되어줄 수 있음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다시 광고주로 간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