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장표에 많이 사용하던 구절이 있다.
세스 고딘의 저서 '이것이 마케팅이다'에는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마케팅의 구루라 불리는 ‘시어도어 레빗’ 교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0.25인치 드릴을 원하는 게 아니라 0.25인치 구멍을 원하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드릴이란 결국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 드릴로 뚫는 구멍이라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더 들어가 본다면 사람들은 구멍만을 원하지 않으며 구멍을 낸 다음, 벽에 설치할 선반, 선반을 본 아내의 감탄으로 인해 남편의 높아지는 위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그 제품과 서비스에서 얻게 기능적 가치 이상의 것이다.'
이전 글에서 소개된 바 있는 피터드러커의 책에서도 가치의 구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캐딜락의 경쟁 상대는 같은 회사의 시보레인가, 아니면 다른 회사의 포드나 폭스바겐인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절 캐딜락 사업부의 경영 책임을 맡은 니콜라스 드라이스타트는 이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캐딜락은 다이아몬드 그리고 밍크 코드와 경쟁한다. 캐딜락의 고객은 운송 수단이 아닌 사회적 지위를 구입하는 것이다.” 이 대답이 파산 위기에 놓였던 캐딜락 사업부를 구하였다.]
100년 가까이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운송수단으로써의 차 보다 부나 지위상징으로서의 차를 구매한다. '승차감보다 하차감이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차는 또 다른 상징성을 갖는다. 그러니 여전히 차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차가 주는 다른 가치를 사고 있는 것이 맞다.
몇 년 전 맥북이 아닌 노트북은 스타벅스에 출입을 못하게 하는 세태 풍자만화를 본 기억이 난다. 참 웃픈 현실이지만 맥북은 스타벅스 출입증이 되었다.
기능적 차이로 맥북을 구입하는 소비자도 많겠으나 역시 많은 비중의 소비자는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혁신적이거나 스타일리시한 가치를 구입한다고 볼 수 있다.
신발로서의 기능만을 원한다면 하이힐을 신지 않을 것이다. 하이힐을 사는 이유는 아름다운 각선미의 가치를 구매하는 것과 같고 스마트폰이 시계를 대치하는 시대에서 롤렉스가 팔리는 이유는 롤렉스가 시간 확인의 가치가 아닌 성공이나 부의 상징적 가치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에 있어 제품의 표면적, 기능적 가치보다 실제로는 숨어 있는 가치를 구매하는 경우가 흔하다. 최초에는 이러한 숨겨진 가치를 알지 못한 채 표면적 가치를 강조해 판매를 하다, 숨겨진 가치를 발견해 판매를 확장하고 성공한 경우들도 여럿 있다.
레고의 경우 처음에는 아이들의 조립장난감이라는 가치로만 판매되었다. 하지만 전통적인 장난감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컴퓨터 게임 확산을 통한 장난감 시장의 축소등으로 성장의 어려움을 겪었다. 레고는 성인 고객층을 겨냥해 성인 취미와 수집 아이템으로서의 가치를 찾아내고 레고 아키텍처 시리즈, 스타워즈 같은 라이선스 협업등 성인용 장난감의 해당 가치를 강화했다.
레고는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통해 글로벌 완구 시장 1위로서 지속적 성공을 이어갔다.
이렇게 기존의 가치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일은 제품과 서비스의 명운을 바꾸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가치를 찾아내는 일은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전략 단계에서도 제품의 가치가 무엇인지, 지금의 가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지, 부족하다면 어떤 가치를 부가하거나 더 찾아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 좋다.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소비자의 공감을 통해 제품의 기능 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할 가능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