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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Oct 25. 2024

새로운 가치 브랜딩 실전사례 : 롯데손해보험 원더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을 한 문장 만으로 짜증나게 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OO보험 상담원 OOO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은 글을 읽고 있음에도 전화를 끊고 싶은 신기한 경험을 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꺼리는 것이 있다. 바로 보험 권유다.

만약 여러분에게 보험광고 의뢰가 들어온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우리는 피하지 않았고 성공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았다.

우리가 캠페인 의뢰를 맡은 건 롯데손해보험이 만든 디지털 보험 소득 플랫폼 [원더]였다.

원더는 누구나 쉽게 보험설계사가 되어 보험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디지털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더 쉽고 편하게 보험 영업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다. 원더는 롯데손해보험이 4년의 개발기간과 400억원을 투입해 개발했다.

원더는 교육·설계·청약·고객관리에 이르는 영업의 전 과정을 스마트폰 앱(어플리케이션)에 담아, 설계사가 전체 영업 과정을 '손안에서' 진행할 수 있게 고안됐다.


FP (Financial Planner), FC (Financial Consultant), 라이프 플래너등 많은 보험사들이 이름만 다를 뿐 보험 설계사 조직을 만들고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그만큼 보험사들이 보험 설계사를 위촉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보험 설계사를 위촉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롯데 손해보험은 부업 소득이 필요한 사람들이 원더를 통해 보험 설계사가 되어 보험 가입에 나서주길 원했다.

많은 예산을 들여 보험 영업의 디지털 전환을 기획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꺼리는 보험 권유를 보험 설계사가 되어 자신이 해야 한다면, 누가 원더을 가입할까?

수개월간 원더를 통해 보험 설계사로 만드는 설득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N잡 플랫폼이란 정의를 통해 쉽게 부업을 할 수 있다거나 가족의 보험을 자신의 손으로 설계해 보라는 식의 메시지, 배달 같은 힘든 부업에 비해 쉽게 소득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강조해보는 방식 등, 다양한 방향성에서 여러 메시지들의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고민 하면 할 수록 결론은 심플해져갔다.

많은 소득, 쉬운 영업, 그 어떤 것을 강조해도 소비자들은 굳이 부업의 수단으로 보험 설계사가 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불보듯 뻔한 결론 앞에 고민이 깊어졌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원더를 재정의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찾아주는 방식에서 고민해보기로 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보험의 권유나 높은 보험료등을 싫어할 뿐, 보험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보험 권유나, 필요 없는 보장에 대한 의심, 높은 보험료의 걱정들을 없애는 것에 소비자의 공감 포인트가 있다고 확신했다.

이러한 고민을 거듭하면서 원더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었다.


원더의 정의는 '타인의 보험가입으로 부수입이 가능한보험 소득 플랫폼' 이다.

우리는 이 정의에서 한 단어만 바꿔주기로 했다.

타인이 아닌 '자신의 보험가입으로 부수입이 가능한 보험 소득 플랫폼'으로.


앞서 말한 것 처럼, 사실 사람들이 싫어했던 보험 그 자체가 아니었다. 모두가 보험의 필요성은 알고 있었다.

이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보험 가입은 필요하다고 여겼다. 보험 가입이 필요할 때 자신 스스로가 보험을 설계하고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은 지인의 보험 권유애서 오는 짜증이나 불필요한 보장과 부담스러운 보험료로 부터 모두 벗어날 수 있음을 의미했다.  

지인의 보험 권유는 내가 직접 설계로, 불필요한 보장의 걱정은 자신 스스로가 아는 가족력등을 바탕으로 필요한 보장만을 선택하면 되었고 스스로 설계했으므로 수수료도 직접 받을 수 있어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보험 설계사가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매우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특히 원더는 모바일을 통해 설계사 입문교육과 모의고사를 수강등을 통해 쉽게 자격시험 통과를 지원한다. 실제 캠페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실 동료들은 시험을 보고 스마트 플래너가 되었고 스스로 보험을 설계하고 쏠쏠한 수익을 얻기도 했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을 담아 "내 손으로 내 소득 만드는 보험 플랫폼' 이라는 원더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주었다. 원더의 기능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타인의 보험을 가입시켜 소득을 벌라는 메세지는 자신에게 필요한 보험을 가입하고 소득을 얻으라는 메시지로 변경될 수 있었다.



우리는 소비자의 공감을 좀 더 이끌어 내기 위해 기존 보험의 상식, 보험=지출이라는 부분을 보험=수익이라고 환기시켰다.

'타인의 보험을 통해 소득을 얻는 플랫폼'이라는 원더의 기존 정의를 '내 손으로 내 소득 만드는 플랫폼으로 변경한 새로운 캠페인을 선보였고 이 캠페인은 믿기 어려운 성과를 냈다.

기존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고 소비자가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원더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광고 캠페인 전 대비 998%의 회원 가입수가 증가했고 473%의 다운로드수 증가, 44.61%의 브랜드 선호도가 증가했다. 이러한 성공에 시샘이 난 경쟁사들은 내 보험으로 내소득 만든다는 개념을 그대로 차용해 캠페인을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은 원더의 새로운 캠페인을 제작하는 동력이 되었고 지금은 2025년의 새로운 원더 캠페인을 준비중에 있다.


제품의 기존 정의에 머물러, 기존의 가치를 전하는 광고를 만들고자 했다면 이런 긍정적 결과를 갖고 오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를 재정의하고 원더에 숨겨진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바운더리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낼 수 없을지, 새롭게 제품과 서비스를 재정의해줄 수 없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구심과 질문을 할 때만 새로운 가치에 도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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