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삶에서 인사이트를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광고를 만드는 업은 살아보지 않은 타겟의 삶을 이해하는 작업의 연속이기도 하다.
다른 삶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도, 찾아보기도, 혹은 그 삶 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한다.
한국인삼공사는 홍삼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식품뿐만 아니라 동인비라는 브랜드의 화장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홍삼은 실제 피부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삼공사의 광고를 만들면서 아내에게 값비싼 홍삼 오일 제품을 선물했을 때 보습 효과가 좋다며 칭찬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마케팅을 맡은 제품은 동인비 미 마스크 스틱이라는 고기능 마스크팩 제품이었다.
마스크 팩은 저렴한 가격대의 매일 부담 없이 사용하는 제품군과 고 기능의 비싼 제품군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하지만 저렴한 제품을 부담 없이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훨씬 더 많았다.
이러한 소비자들에게 1개에 1만 원이 넘는 고기능 마스크팩 제품을 어필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난관을 뚫기 위해 우리가 처음 진행한 것은 타겟을 재정의 하는 것이었다. 클라이언트의 RFP에 제시된 타겟은 3~40대 여성이라는 기존과 다를 바 없는 데모그래픽에 근거한 기준의 타겟이었다. 우리는 타겟들이 고기능의 마스크팩을 사용할 만한 상황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데모 타겟팅이 아닌 심리타겟팅을 고려해 보기로 했다.
여성들이 사려고 하는 것은 마스크팩의 기능이라기보다 다른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러한 심리군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여성들이 마스크팩을 사는 수많은 이유를 찾던 중 우리는 '결혼 전날', '여행 전', '면접 준비', '소개팅 준비용', '데이터 전날' 같은 키워드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검색 키워드에 더 포커싱 하니 여성들 중에는 특별한 날의 전날 마스크팩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가설을 좀 더 검증하기 위해 우리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25~45 여성들 중 90.5%는 피부에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특별한 날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85%는 월 2회 이상 피부에 좀 더 신경 써야는 특별한 날이 존재했고 이들이 지목한 특별한 날은
1위 친구모임. 2위 기념일/데이트. 3위 여행. 4위 학부모 모임으로 랭크되었다. 중요한 업무적 미팅, 면접, 새 옷 구매시점, 시댁 모임 등도 뒤를 이었다. 이들 중 72.8%는 실제로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되는 하루 전날 마스크 팩을 이용했다.
이들에게 특별한 날 하루 전에 1만 원 상당의 고기능성 마스크팩의 구매의향을 묻자 67.3%가 긍정적인 구매 의향을 드러냈다.
따라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20대의 젊은 여성들이 습관적 피부케어에 필요한 저가, 보습이라는 시장이 아닌, 30대 이상의 여성이 의도적 피부케어를 위해 고가의 비용을 쓸 수 있는 쪽에 집중하기로 했다.
따라서 마스크팩 시장을 평범한 날 쓰는 팩과 특별한 날 쓰는 팩으로 선 긋고 여행 가기 전이나 데이트, 소개팅 전, 면접이나 모임이 있는 중요한 날의 전날 즉각적 효과를 주는 고기능 마스크팩으로 포지셔닝하기로 했다.
이렇게 의도적 피부케어의 순간, 돈을 좀 내고서라도 효과를 보고 싶은 특별한 날을 위해 쓰는 팩이라는 방향이 설정되었다. 홍삼 성분이 긍정적 레거시는 이러한 상황에 잘 매칭되는 기능적 베네핏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피부가 힘내야 하는 날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컨셉을 만들고 하루 전 마스크팩이라는 팻네임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주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움직이지 않던 매출은 41% 늘어났고 판매수량 역시 62%가 늘어나는 성과를 얻었다.
사실 마케팅 전략을 준비하며 홍삼 성분을 함유된 고기능 마스크 팩이기 때문에 기능성을 전달해야겠다는 접근을 고려했다. 하지만 시장에는 SK2등 고기능 마스크팩들의 경쟁 제품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고기능의 마스크팩이라는 가치를 팔기에 한 번 쓰고 버리는 데 고가의 비용을 쓰게 만드는 심리적 장벽이 존재했다.
우리는 기능적 가치라는 표면적 가치가 아닌 여성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특별한 날 하루 전이라는 상황을 발견하고 이 특별한 날을 위해 피부에 힘을 준다는 가치를 팔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