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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Oct 25. 2024

새로운 가치 브랜딩 실전사례 : 홍이장군

'여보 정말 어린이집에 이렇게 아이를 많이 보내는 게 맞아?'


한국인삼공사 홍이장군의 비딩 준비를 하던 어느 날, data를 확인하다 의문이 들어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통계청 data를 통해 어린이 집에 아이를 보내는 숫자의 변화를 확인 중이었다.

10년 전에 비해 어린이 집에 보내는 숫자가 너무 크게 올라 있었다.

거의 90% 육박하는 가정이 3~5세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고 있었다. 나의 머리로는 맞벌이가 아닌 가정에서도 이제 겨우 걷는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보낸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맞을 걸? 거의 다 어린이 집에 보내지,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거 때문에 다 보내잖아'

아내의 말처럼 국가가 어린이집의 보육비를 지원해 주는 시기부터 급격하게 그래프는 올라갔다.

data를 확인하자 며칠간 고민하고 있던 문제의 답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에 안도했다.



당시 다른 대행사가 제작한 홍이장군의 기존 TV 광고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등장한다.

제품은 자녀의 연령에 따라 3단계로 나뉘어 있었는데 TV광고는 그렇지 않았다.

거기서부터 의문이 생겼다. 연령에 따라 제품을 나눈 이유가 있을 텐데, 왜 광고는 하나의 연령대만을 노출하고 있을까?

3살짜리 엄마가 초등학생이 나오는 홍이장군 광고를 보면 내 아이의 이야기라고 느낄까?


이런 질문들은 결국 '아이의 나이에 따라 엄마가 원하는 면역력은 다를 것'이라는 가설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데이터를 찾기 시작했다.

정부 3.0, 통계청, 심평원 등의 데이터를 며칠간 찾았다.

며칠간 숫자와 실갱이 하던 중 재미있는 데이터를 발견했다.

어린이 집 등원율이 올라가는 것과 아이들이 감염성 질병에 걸리는 비율이 같이 올라간다는 사실이었다.

3~4세의 어린아이들은 어린이 집에 등원하며 감기, 장염, 수족구등 감염성 질병에 노출되었다.

아이들이 집단 생활을 하면 어른과 다른 약한 면역력으로 인해 그야말로 질병을 달고 사는 것이었다.


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거짓말처럼 병원에 가는 일이 줄어드는 데이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이 되면 일정 정도의 면역력이 올라오면서 감염성 질병에 대한 엄마의 걱정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상담 건수는 늘어났다.

이렇게 취학 전 연령대와 취학 후 연령대에서 엄마가 고민하게 되는 아이의 걱정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와 구매하는 고객이 다른 경우에 자칫 고객 타겟팅에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대부분 어린아이를 둔 3~40대 유자녀 부모라는 타겟팅에서 출발하지만 홍이장군의 경우 아이의 나이 대에 따라 엄마의 걱정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타겟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3세 아이들 둔 40대 엄마와 8세 아이들 둔 30대 엄마를 예로 든다면 결국 엄마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고 아이의 나이가 엄마의 다른 걱정을 만든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홍이장군의 제품은 3세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복용 가능 연령대가 넓고 이에 맞춰 각 3단계의 제품이 분류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타겟에 따라 각각 소구해야 할 지점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품의 특징과 데이터를 근거로 우린 미취학 아동과 취학 아동을 구분한 마케팅 방향을 설정했다.

미취학 아동은 감염성 질병 면역력을, 취학 아동은 학업 스트레스 면역력을 소구 했다. 홍삼은 2가지

면역력에 모두 효과를 보이는 강점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마케팅 방향을 통해 우리는 아이의 나이에 따른 엄마의 걱정을 소재로 각각 두 가지의 다른 광고를 만들었다.



이 광고의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우리가 예상한 데로 미취학 아이의 학부모와 취학 학부모는 각각 다른 공감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공통적인 피드백은 모두 우리 아이의 이야기와 똑같다는 부분이었고 이는 부모들이 아이의 면역력을 높여주기 위한 홍이장군 제품의 구매로 이어졌다. 실제 해당 기간 온라인 몰은 200%가 넘는 판매 상승률을 나타냈다.


한국인삼공사의 경쟁 비딩을 준비하던 당시 시장 상황은 유산균 제품의 월등한 판매량에 홍삼 건기식 시장까지 위협 받는 시장이었다. 우리는 홍삼이 갖고 있는 기능적 우수함을 확인하면서 이 기능적 우수함을 잘 알릴 방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여러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결과적으로 우리가 제안한 것은 기능적 우월함을 파는 것에서 ‘엄마들의 걱정 해소의 가치’를 파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홍이장군의 제품이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는 아이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 걱정에 대한 안심의 가치였다.


우리가 찾았던 것은 홍삼의 기능적 가치에 토대를 두었지만 기능을 차별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었다. 홍삼의 기능적 가치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것을 몰라서 구매하지 안하는 것이 아니었다. 고객이 사고자 했던 가치는 홍삼의 기능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아이들이 건강해질 수 있는 믿음이나 안심이라는 가치였다. 우리는 그러한 가치를 팔기 위해 부모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을 뿐이다.

만약 우리가 홍이장군이라는 어린이 홍삼 제품의 표면적 가치인 홍삼의 기능성을 팔고자 했다면 아이의 건강을 고려하는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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