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에 민트색 헬맷이 가득 찼으면 좋겠어요'
배민커넥트의 경쟁 비딩 인바이팅을 받고 송파구 어딘가, 말로만 듣던 배민 사옥을 찾아갔다.
광고주는 민트색 헬맷을 쓴 배민커넥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시는 배민 라이더와는 달리배민커넥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배달 서비스 플랫폼이다. 많은 아르바이트가 정해진 시간에 일을 시작하고 마쳐야 하지만, 배민커넥트는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배달 알바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알바나 투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배민커넥트를 통해배달 알바를 하게 하는 것, 그래서 거리 곳곳에 민트색 헬맷이 가득 차기를 바라는 것. 광고주가 원하는 것은 단순했다.
하지만 2021년 당시의 배달 알바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좋지 못했다. 배달 알바는 배달을 하는 정식 라이더들의 전유물 같은 것이었고 라이더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좋지 않았다.
실상 일반인에게 배달 알바를 권유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였다.
따라서 광고주도 우리도 알바, 투잡에 관심 있는 사람, 즉 돈이 필요한 사람을 타겟으로 생각하고 접근했다.
'알바 투잡에 관심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네'
조사 과정에서 알바, 투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의 모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수가 많지 않고, 이들을 찾아내 타겟팅 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을 보듯 뻔하게 큰 성과를 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어려운 문제를 마주할 때, 펜타클은 늘 문제 자체를 바꿀 수는 없을지 고민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왜 알바를 하지?'라는 원초적 질문을해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알바를 하는 것은 본업 이외의 남는 시간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함이다.
돈은 왜 필요하지? 우리는 말도 안되는 질문들을 이어갔다. 알바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는 생계를 위함이기도 하며, 누구에게는 여웃돈, 누구에게는 필요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다.
"배달 몇 시간만 뛰면 자전거 한 대는 살 수 있겠는데요?"
배민커넥트로 얼마를 벌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직원 한명이 말했다.
그는 자전거를 사고 싶다고 했다. 배달 알바 몇 시간이면 원하는 자전거 정도는 구입할 수 있겠다고 했다.
그는 실제 자전거를 먼저 구입했고 그 자전거로 배달을 했다. 그리고 몇 번의 배달 끝에 실제 자전거 금액에해당하는 알바비를 벌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어쩌면 알바, 투잡에 관심 없는 사람이 우리의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배민커넥트를 통해 알바를 하게 만들려면 당연히 알바, 투잡에 관심 있는 사람을 타겟으로 해야 한다.
광고주가 작성해 준 RFP에도 명확히 타겟은 '알바, 투잡 관심자'였다. 하지만 비딩에 참여하며 실제 배달을 한 직원은 알바 투잡에 전혀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딩을 위한 경험 차원이기도 했지만 배달 알바로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배민커넥트를 하게 만든 더 큰 이유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알바 투잡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알바 투잡에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우리는 설문 조사를 통해 이 가설을 검증했다.
알바 투잡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배달알바를 하겠냐고 물었을 때, 당연히 이용의향은 제로 였다.
하지만 그들 중 70%는 하고 싶은 것이나 사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알바 투잡에 관심이 간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렇게 답한 사람들의 80%가 넘는 사람들은 하루에 한 두 시간, 시 공간의 제약 없는 간단한 배달 알바라면 해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결국 우리는 타겟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알바, 투잡에 관심 없는 사람을 타겟으로 변경했다.
세상엔 알바, 투잡에 관심 없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을 둘 사람이 많아지는 샘이다.
그리고 타겟을 바꿔 다른 가치를 팔기로 했다. 알바, 투잡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알바하라고 권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알바 투잡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가치는 시간 대비 벌수 있는 돈의 가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할 수 있었다.
우린 배민 커넥트가 갖고 있는 장점을 통해 배달을 재정의 하기로 했다. 배민 커넥트는 언제 어디서나 시간 날 때 가볍게 할 수 있는 알바다. 다른 알바에 비해 시, 공간의 제약이 덜하다.
가볍게 할 수 있다는 건 생계의 목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배민커넥트는 무언가를 '사고' 싶거나, 돈이 필요한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가볍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타겟을 바꾸고 기존 알바의 가치를 배민커넥트에 맞게 재정의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 한두 시간 가볍게. 배민커넥트'
하고 싶은 일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는 네로우한 극공감이 가능하면서 최대한 많은 타겟을 확보할 관심사 그룹을 찾았다.
그렇게 고양이에게 캣타워를 사주고 싶은 집사, 유튜버가 되기 위해 장비 욕심이 생긴 직장인, 코로나 때문에 대형 스크린으로 직관 같은 집관을 하고 싶은 야구광의 마을 담은 광고를 만들었다. 각 광고는 반려동물 애호가, 스포츠 애호가 같은 타겟 그룹에게 각각 노출했다.
알바, 투잡 관심사를 타겟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하고 싶은 일, 사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관심사 타겟에 맞춰 광고가 노출되자 당연히 해당 타겟 그룹의 반응은 예상치를 뛰어 넘었다.
캠페인이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배민커넥트 가입자는 목표치를 뛰어 넘을 만큼 늘어났다.
거리 곳곳에 헬멧이 보였던 거 같다. 적어도 내 눈에는...
가장 의미 있던 건 SNS에 배민커넥트 알바를 부끄럽지 않게 인증하는 모습이었다. 배달 알바라는 것에 좋지 않은 인식이 있던 사람들이 당당하게 '나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가볍게 하는거야'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든 캠페인이었다. 생계의 빡빡함만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위해 가볍게 할 수 있다'는 알바, 투잡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준 덕분이었다.
이것이 펜타클이 생각하는 광고 업의 정의다. 문제를 재정의하고, 때론 타겟마저 바꿔, 생각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일.
이 캠페인은 대한민국광고대상이 처음 신설한 퍼포먼스부문의 첫 대상을 받았고 유튜브 웍스 베스트 리드 증대 부문을 수상하는 등 많은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