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IKEA의 간판 로고가 변경되었다. 눈치 채기 힘들 수 있지만 IKEA에 따옴표 붙었다. 이는 이케아가 버질 아블로와의 협업을 기념하여 아블로의 시그니처인 따옴표를 로고에 접목 시킨 것이었다.
IKEA와 버질 아블로는 '마르케라드(MARKERAD)'라는 한정판 컬렉션이 출시했다. 이 컬렉션은 단순한 가구를 넘어 예술품처럼 소비자가 조립하고 소유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도록 했다. 이는 가구 이상의 '소유와 창작의 경험'을 제공하려는 이케아와 아블로의 의도가 잘 맞물린 협업이었다.
버질 아블로는 건축을 전공한 디자이너였지만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유명해졌다. 그는 패션과 예술이 엘리트 계층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접근해야 한다 주장한 디자이너였다.
아블로는 “디자인이 어떤 의미에서는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에 참여할수록 그만큼 더 가치 있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이 특정한 계층이나 전문가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아블로는 이케아의 DIY 조립 방식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 그가 이케아와 협업을 진행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었다.
이케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가구 브랜드 중 하나다. 표면적으로 이케아는 가구를 파는 회사지만 그들이 팔고 있는 것은 사실 '직접 조립하는 즐거움'이다.
IKEA는 소비자에게 '가구를 직접 조립하는 즐거움'과 '내 손으로 완성하는 성취감'이라는 가치를 판매한다.
이케아 이전의 일반적 가구는 완성된 형태로 판매하는 소비재였다. 물론 지금도 그런 회사들이 많이 있다.
소비자는 매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고, 가구를 집으로 배달받아 조립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IKEA는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을 과감히 바꿨다. 소비자에게 '가구 조립'이라는 활동을 하나의 경험으로 제시했고 소비자는 가구를 사는 것을 넘어,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특별한 만족감을 얻게 했다.
IKEA의 DIY 방식은 비용을 절감시켰다. IKEA의 제품들은 조립되지 않은 상태로 납작한 상자에 포장되어 판매된다. 이는 물류비와 운송비를 줄이는 요소가 되었고 이케아는 저렴하게 제품을 팔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이케아가 DIY 방식에 따른 제품의 저렴함을 가치로 내세웠다면 어땠을까?
저렴한 가격의 가치만으로 지금의 이케아는 존속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저렴함의 가치는 누구나 따라올 수 있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낮은 가격과 소비자 참여의 가치라는 두 가지 요소를 결합했고 이것을 이케아만의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이케아 효과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작업물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2011년 하버드의 연구 결과다.
이러한 개념은 1950년대 '동기분석의 아버지'라 불리는 심리학자 어니스트 디터에 의해 먼저 등장했다. 미국 식료품 회사 제너럴밀스는 자사의 인스턴트 케이크 믹스 브랜드인 베티 크로커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었다.
디터는 포커스그룹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회사에 레시피를 바꿀 것을 조언했다. 케이크 믹스에 들어있는 파우더 형태로 된 달걀을 빼고 날달걀을 넣으라는 내용을 설명서에 추가하는 것이었다. 케이크 믹스가 완전 인스턴트 방식이면 소비자에게 케이크를 굽는 건 매우 쉬워진다. 하지만 결국 케이크를 만드는 사람의 노동과 기술을 평가절하하게 되는 셈이다. 최종 결과물 앞에서 만드는 사람에게 더 많은 지분을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작업에 수고스러움을 늘리는 일이 오히려 자신이 만든 것에 더 애착을 갖게 만드는 셈이다.
하버드 연구의 종이접기 실험에서도 자신들이 접은 종이 작품을 경매로 구매하게 했을 때 직접 만든 것은 다른 사람이 만든 것보다 더 비싼 값을 매겼다.
이케아가 제너럴밀스의 케이크 믹스 사례의 심리효과를 자사의 DIY 전략에 이용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훗날 이케아 효과는 스스로 제작하거나 참여한 제품에 대해 더 큰 애착을 느끼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가 되었다.
IKEA는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잘 활용했다. 소비자들은 IKEA의 가구를 단순히 사서 집에 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구를 조립하면서 정서적 연결을 느꼈다. 이는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IKEA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IKEA의 소비자들은 가구 조립 과정을 통해 가구에 대한 소유감과 자부심을 느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고객 충성도를 형성했다.
IKEA는 광고와 마케팅에 있어서도 가구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연관되어 있고 더 나은 일상을 만들어준다는 방식으로 소통했다. IKEA는 가구를 단순히 기능적인 제품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순간과 추억을 담는 무대로 강조했다. 소비자에게 “우리 가구는 삶의 진짜 순간을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소비자 감정에 깊이 어필하기도 했다.
뿐만 이나라 '조립의 즐거운 경험'이라는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조립 과정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패키징 디자인을 개선했고 고객들이 조립 팁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더 나아가 'wedge dowel' 이라는 혁신적인 조인트 시스템을 개발하여 도구 없이도 가구를 조립할 수 있게 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앱을 개발해 고객이 가구를 조립하기 전에 완성된 모습을 미리 볼 수 있게 하거나 조립을 쉽게 도울 수 있게 도왔다.
또한 조립 난이도를 표시하여 고객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조립 경험의 수준에 따라 맞춤형 설명서를 제공하고 재조립 가이드를 통해 이사 등으로 가구를 재조립하는 상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이케아는 조립의 경험을 위해 말뿐이 아닌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이케아는 '조립'이라는 과정을 단순한 필요악이 아닌 즐거운 경험으로 변화시키려 노력했고, 이는 그들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IKEA는 단순히 저렴하고 실용적인 가구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그들이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가 직접 가구를 조립하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자신의 공간을 스스로 꾸미는 경험이다. IKEA의 DIY 조립 방식은 비용 절감을 넘어서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만족감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IKEA는 독보적인 가치를 창출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