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Finding Value 01화

광고라는 업의 의미

Finding Value

by 김대영

광고 대행사에서 주요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일 년에도 수 십 명과 채용 면접을 진행합니다. 자주 물어보는 질문은 아니지만 광고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곤 해요.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데 그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창의적인 광고를 만들어서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거나 행동을 변화시키고 싶다'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일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의 의미를 정리하면 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좀 더 오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거든요.

동종 업계의 많은 선후배 분들도 각자 나름의 광고라는 업에 대한 의미를 갖고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경험을 모두 갖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광고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해보게 되더군요.

그런데 계산해 보니 광고를 업으로 삼은 지 거의 20년이 지나서야 그런 질문을 했던 거 같습니다.

좋은 마케팅의 수단? 소비자 설득의 과정? 선한 영향력?

질문은 던졌지만 좋은 대답을 찾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하나의 질문에 여러 답들이 존재했고 그런 답 속에서 제가 찾은 결론은 이것이었어요.

‘숨어 있는 좋은 가치를 찾아주는 일’


제가 광고대행사에서 하는 일, 해야 할 일은 광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찾아주는 일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한국에는 많은 광고회사가 있고 크리에이브 한 아이디어를 내는 분들도 많아요. 보면 시샘이 나는 광고가 많은 걸 보면 저보다 크리에이티브한 분들이 많다는 거죠. ECD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저는 월등하게 크리에이티브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 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광고들을 만드는 회사도 많이 있고요.


하지만 좋은 가치를 찾아주는 회사는 그리 많다고 보진 않아요.

좋은 가치를 찾아준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좀 더 쉽게 풀어볼게요.


'광고주도, 소비자도 몰랐던 좋은 가치를 찾아서 둘 모두에게 전달해 주는 일'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광고의 본질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이것을 fingding value라고 부르며 광고를 만들기 전 가능한 제품의 숨어 있는 가치를 찾는데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숨어 있던 좋은 가치'를 찾아준다는 것인데요. 없는 가치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가치를 찾아내 주는 겁니다. 당연히 가치 자체가 없는 상품이나 서비스도 있겠죠?

그러니 모든 제품에 Finding Value 과정을 적용해 숨어 있는 가치를 찾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광고라는 것을 어떤 의미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많이 다른 모습을 하게 되죠.

'광고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톡톡 튀는 창의적인 것이 최고야'

라고 정의한다면 최대한 그런 광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결과물도 그렇게 나오게 될 겁니다.

저는 우선 광고주의 브리프를 받았을 때 제품이나 서비스에 숨어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내려는 노력부터 합니다.

숨어있는 가치란 무얼까요?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 제품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치가 달라지는 제품도 있죠.

음식물 처리기는 더러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절대 가치가 있지만

환경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친환경적인 가치가 더 클 수도 있는 것과 같습니다.


원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을 설득했던 TV광고의 시대에서 다양한 타겟팅 기술이 발달한 디지털 시대에는 이렇게 절대가치가 아닌 상대적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해졌죠.

타겟의 크기에 따라 어떨 땐 절대적 가치보다 상대적 가치를 더 내세울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Finding Value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제가 광고회사를 다니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어요.

'광고주가 원하는 광고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다'

누가 들으면 재수 없는 소리라고 할 거 같아요. 오해가 있을 거 같긴 한데, 반대로 말하면 광고주가 원하는 것 이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겁니다.


보통의 광고 캠페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RFP라는 걸 받게 됩니다. request for proposal이라고 해서 광고주는 현재 처해진 상황과 그들이 원하는 캠페인의 목적을 설명하고 원하는 목표와 방향등을 설명합니다.

RFP를 받고 미팅을 통해 원하는 것을 더 면밀하게 검토하고 솔루션을 찾기 위해 본격적인 제안 작업을 시작하는 게 보통의 순서입니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제가 만난 많은 광고주들의 요구는 제품의 장점이 이러이러하니 본인들이 원하는 타겟에게 이를 잘 소구 해서 매출을 올려 달라는 겁니다. 요구 사항이 매우 전략적이고 구체적인 경우는 흔치 않아요.

하지만 요구가 단순하다고 과정과 결과도 단순한 경우는 없습니다.

물론 대행사들 중에는 요구가 단순하기 때문에 이를 단순하게 해석한 후 답을 찾아 제안하는 곳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이 시작점에서 해야 할 것은 '좋은 질'문을 해보는 겁니다. 아니 좋은 질문이 아니어도 일단 많은 질문을 해보는 거예요.


광고주가 생각하는 문제 인식은 정확한 것인가?

광고를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이 시점에서 광고가 필요한 것인가?

타겟은 정확한가? 너무 넓은 거 아닌가? 데모그래픽으로 나누는 것이 맞는가?

예산은 적절한 것인가?

그들이 생각한 가치는 소비자도 인정할 만한 가치인가?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다 보면 좋은 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좋은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광고주가 팔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USP가 정말 소비자의 구매를 자극할 수 있는 지점과 동일한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기업이 주고자 하는 가치와 소비자가 얻고자 하는 가치가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가치가 명확하고 양쪽이 생각하는 가치가 동일하다면 문제 해결은 쉽습니다.

굳이 새로운 가치를 찾지 않아도 되고요.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계속 질문을 하다 보면 대부분,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기업이 주고자 하는 가치가 같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 양쪽 지점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가치를 찾는 게 제가 생각하는 광고라는 업의 의미입니다.


"난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야" vs "난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이야"


저는 이 두 가지의 차이가 최종적인 문제 해결의 답을 매우 다르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광고를 업으로 시작하려거나 , 광고를 막 시작한 후배들에게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해보라고 권유드려요.

물론 광고가 Finding value의 과정이라는 제 생각은 정답이 아닙니다. 그냥 제 생각일 뿐이에요. 이 생각에 동의하시는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을 겁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광고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면 좋겠다는 겁니다.

저는 광고라는 업이 나를 힘들게 할 때, 광고를 하고 싶지 않을 때, '광고주와 소비자에게 가치를 찾아줘야 한다'는 이 업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그럼 아주 조금 힘이 나서 다시 전략을 짜고 광고를 만들게 돼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