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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니애 Jan 25. 2024

[등교 후 엄마들의 뒷담화],  DJ 쓰니애입니다

2024.1.15.

 

 라디오 대본 형식을 컨셉으로 하는 협업 공동 매거진입니다.




 이틀 전 진눈깨비가 곳곳에 내렸죠. 먼저 쌓였던 눈을 비가 눅진하게 녹이는가 했는데, 다시 추운 새벽 기온을 만나 얼어버리는 바람에 길이 온통 빙판이 되었다는 걱정스러운 소식이 들려와요. 우리 애청자 여러분들, 호주머니에서 손 꼭! 빼시고 조심조심 걸어 다니시길 바랍니다. 아시죠? 엄마들은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마지막도 건강입니다.


 오전 10시, 자녀들의 등교와 등원이 모두 완료되었다면 엄마들은 여기로 모이세요.

 내 아이만 이상하진 않아요. 위로해 드릴게요. 후련해지실 거예요.

 쓰니애와 함께 털어놓아요,「등교 후 엄마들의 뒷담화」. 볼륨 키우셨나요? 커피 한 잔 들고 채널 고정.


 방금 문자 하나가 들어왔어요,

"중학생 남매 사육 중입니다. 방학이 되고는 집구석이 매일매일 하루가 빙판 같아요."

 오, 맞아요. 전국의 학부모님들, 방학이 되니 잔소리하실 일이 많아지셨을 거예요. 그만 자라, 주는 대로 먹어라, 핸드폰 좀 그만 내려놔라. 얼마나 속이 부글부글하실까요. 사실 우리 프로그램이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나서 마음껏 수다를 떠는 콘셉트이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이 들을까 봐 제가 진행하기 조금 조심스러워졌어요. 눈치채셨을까요? 뒷담을 신나게 나누기 어려운 마음까지 함께 다독여보겠습니다.

 

오늘의 첫 뒷담화입니다.


 안녕하세요? 경기도에 사는 삼 남매 맘입니다. 올해 13살 된 딸아이랑 본격 사춘기 진입을 앞두고 눈치게임 중이에요. 성장은 어찌나 빠른지, 찾는 음식이라곤 떡볶이, 마라탕, 불닭볶음면, 김치볶음밥 이런 것 밖에 없는데도 제 키를 넘어섰어요. 계절이 지나가면  옷 사러 쇼핑몰 가기가 바쁩니다.

 지난 주말에도 아이 겨울옷이 좀 없는 듯해서 딸아이를 데리고 문정동에 있는 큰 쇼핑몰을 갔어요. 6층 주니어복 코너를 올라갔는데.

 아니 글쎄, DJ님은 아세요? 주니어 의류 코너에 가시면 특별한 마네킹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요.

 옷 한 번 갈아입을 때마다 툴툴거리는 녀석을 달래서 피팅룸에 들여보내고,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푹 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옆에 서 있던 다른 여성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4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인상은 마구 구겨지고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피팅룸 앞에서 한숨을 푹 쉬고 계신 것 아니겠어요? 저와 동시에 말이죠. 거울을 보고 있는 건가 잠시 놀랐네요. 백화점 피팅룸 근처엔 거울이 많기도 하니까요. 얼굴이 다른 줄은 알지만 제 영혼이 빙의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제 표정도 그랬을 거거든요. 동시에 한숨을 쉬고선 눈이 마주치자 민망하면서도 동병상련이 느껴져 웃고 말았어요.

 정신을 차리고 나니 주변 주니어의류 코너의 딸엄마들 표정이 똑같은 거 있죠. 마네킹이 따로 없었어요. 팔짱을 낀 채로 미간을 찌푸리는 자세, 휴우 한숨 쉬며 어깨가 처지는 자세. 딸엄마 마네킹이 의류매장마다 서 있는 풍경에 이제야 저도 눈을 떴네요. 사춘기 딸애 옷을 알아서 사갔다간 반품할게 뻔하니 같이 온 건데, 막상 같이 와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거예요. 뭐가 맘에 안 드는 건지 옷을 사준다는데도 투덜투덜. 까다로운 상전 모시고 쇼핑하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춘기 딸, 어떻게 고쳐서 살아야 할까요? 다 키우신 어머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아이구, 행복해야 할 주말에 따님과 함께 나가셨다가 고생하고 오셨군요.

 저는 사연 제목에 특별한 마네킹이 있다고 해서 키가 좀 큰 사이즈라든가 시크한 표정의 주니어 마네킹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상도 못 했네요. 거울을 본 것처럼 깜짝 놀라셨다는 이야기에, '어? 이거 좀 MSG 아니야?' 순간 그런 마음이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복잡한 인파 속에 딸도 달래 가며 이 옷 저 옷, 찾아 헤매다 보면 혼이 반쯤 나가셨을 거예요, 그렇죠? 빨리 어디 가서 앉고 싶고 시원한 커피 한 잔 했으면 좋겠고 그러면서 눈은 점점 침침하니 총기가 사라져 버리셨을 테니,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나저나 사연 마지막에 어떻게 고쳐서 살아야 할까요. 글쎄요. 정말 어떻게 하면 고쳐지나요? 저도 인생 선배님들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나는 이렇게 사춘기 딸과 잘 지냈어요', 혹은 '딸과의 쇼핑은 이렇게 하세요'하는 분들 계시면 지금 바로 문자 보내주세요. 도움 되는 답변 골라 읽고 선물 보내드릴게요.

 문자 기다리면서 뒷담화 보내주신 경기도 삼 남매님께서 신청하신 곡 들려드릴게요.


 볼 빨간 사춘기의 '고쳐주세요'.


https://youtu.be/hCpwMZFe_FM?si=LqISwsCgbsfEkt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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