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수학시간과 달달한 과학시간이라면

공부가 더 재밌지 않았을까

by 꼬꼬 용미


"다녀왔습니다. 엄마, 얼른 가자. 빵 구워야 해."


1학년인 둘째가 스쿨버스에서 내렸다. 함박웃음을 하고 달려오는 아이는 빵 반죽을 소중히 품고 있었다.

둘째는 집으로 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안내문을 내밀었다. 안내문에는 오븐의 온도와 빵 굽는 시간이 적혀 있었다. 그 사이 둘째는 머리에 종이로 만든 베이커 모자를 쓰고 제빵사처럼 나타났다. 둘째의 성화에 오븐 온도를 올려주고 예열되기를 기다렸다. 꼬마 제빵사가 잘 부푼 빵 반죽을 조심스럽게 오븐에 넣었다.


“무슨 시간에 반죽을 했어?”

“수학 시간!"

그것도 모르냐는 말투였다.

"밀가루와 이스트, 소금, 설탕, 물. 내가 직접 Measure(측정)해서 반죽했다고.”

둘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와~ 진짜? 재밌었겠네. 그런데 어디서 만들어?”

"학교 카페테리아(식당)에서."

아이는 신이 났다.


오븐 밖으로 고소한 빵 냄새가 솔솔 새어 나왔다. 빵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자, 첫째와 셋째도 부엌으로 달려왔다. 둘째는 자기가 만든 빵을 형, 동생에게 나누어 주며 뿌듯해했다. 아이들은 맛있게 먹었다. 사실, 빵은 좀 딱딱했지만 둘째는 스스로 만든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수학에서 Measuring(측정, 재기)을 배우기 위해서 빵 반죽을 만들고 구운 것이다. 파운드와 온스, 겔런(미국에서 쓰는 무게와 부피 단위들) 등의 단위 개념을 이해하고 그 양이 얼마쯤 되는지 직접 경험해 본 것이다. 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알고 정확히 측정해 보면서 자연스럽게 수학을 배우는 것 같았다. 각자 하나씩 자기 빵 반죽을 만들면서 단위와 측정을 몸으로 체득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빵을 구웠을 뿐이지만 아이들은 파운드와 온스, 갤런을 제대로 이해했을 것이다.


고소한 빵 냄새와 수학의 단위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다니! 살아있는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는 빵이나 케이크를 집에서 많이 구워 먹는다. 그러니 빵을 굽는 수학시간은 꽤 실질적이고 유용한 공부였다.


빵굽는 준희.jpg 제빵사 둘째가 만든 빵




도형은 어떻게 배웠을까.


우리는 손톱만 한 마시멜로와 이쑤시개를 가지고 사각형, 삼각형을 만들었다. 마시멜로는 꼭짓점이 되고 이쑤시개는 변이 된다. 오각형, 육각형, 십 이각형도 문제없이 만들 수 있다. 막내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집에 오면 재잘재잘 잘도 말한다. 막내가 힌트를 준 것이다. 좋은 생각이다.


마침 둘째가 입체도형을 배우고 있었다. 마시멜로 봉지만 봐도 캠핑장에서 달달하게 구워지는 마시멜로 향을 상상하며 아이들은 모여들었다. 마시멜로 꼭짓점에 이쑤시개 기둥을 세워 올리면 입체도형이 된다고 나는 약간 호들갑을 떨었을 뿐이다. 그다음은 아이들 스스로 만들기 놀이를 했다. 아이들은 정육면체, 삼각기둥, 사각뿔 등 다양한 도형을 만들었다. 나는 옆에서 살짝살짝 도형의 이름을 알려 주었다.


도형을 다 만들고 나면 달콤한 마시멜로가 자기 입 속에서 사르르 녹을 것이라는 걸 아이들은 이미 알았다. 달달한 마시멜로 향 속에서 도형은 저절로 머릿속에 들어가 자리를 잡지 않았을까.


마시멜로와 아이들.jpg 달달한 도형 놀이





상현달과 하현달, 초승달과 그믐달을 구분할 수 있다고?


어른들도 헷갈릴 때가 많은데....


큰아이가 과학시간에 달을 만들었다고 신나서 뛰어 왔다. 손에는 오레오가 들려 있었다. 그날 수업에서는 오레오가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나 보다. 큰아이는 내 앞에서 마술이라도 부리듯 오레오 과자를 가르고 모형 칼을 가지고 생크림을 조금씩 떼내며 시연을 했다.


"오레오를 반으로 나누세요. 하얀 생크림이 손상되지 않게 조심하세요! 어때요? 동그란 보름달이 되었지요."


온전히 크래커를 떼낸 생크림은 보름달이 되었다. 까만 크래커가 우주이자 밤하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너무 그럴싸했다.


"보름달의 크림을 반으로 잘라보세요. 반달이 되었지요."


동생들이 놀라면서 재밌어한다. 칼에 붙은 생크림이 누구 입으로 들어갈까 눈동자들이 굴러간다. 큰아이는 조금씩 조금씩 생크림을 갉아먹으면서 점점 기울어져 가는 달 모양을 만들었다.


"이게 그믐달이죠."


달의 변화를 참 재밌게도 배운다. 오른쪽, 왼쪽이 항상 헷갈리는데 이렇게 오감을 자극하며 배우는 달콤한 과학수업이라면 달모양은 평생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작년에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배운 재미난 수업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내 수업을 곧잘 따라오는 3학년 친구에게 오레오를 내밀었다. 눈이 똥그래졌다. 달달한 과학수업으로 국어 단어를 알려 주었다. 달콤한 오레오와 같이 상현달, 하현달, 초승달, 그믐달을 잘 이해했기를 바란다.


오레오와 달.jpg 초등 수업에서 활용~


고소한 수학시간과 달달한 과학시간이라면 공부가 더 재밌지 않을까. 수포자도 줄지 않을까.


달콤한 상상이 머릿속을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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