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delicate 하다.
아아- 코로나 7일 차.
오늘은 종일 너무 잠이 왔다. 밥을 먹고 약을 먹고 자고, 밥을 먹고 약을 먹고 자고, 밥을 먹고 약을 먹고 자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정말이지 쉽지가 않다. 코로나의 무서움은 바로 이 무기력함이구나! 도대체가 체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돌아서면 방전되는 수명이 다한 아이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생전 안 먹던 꾸덕한 초코 디저트 같은 게 엄청 땡겼다. 격리 중이니까 배민으로 빵을 시키려 했는데 미엘이 왜 갑자기 폭주하냐고 했는데 그 순간 기분이 상해서 하려던 주문을 취소해 버렸다. 아마도 아무 뜻 없었으리라! 순수하게 물어본 것이었겠지. 하지만 나는 참 delicate 하다. 아무것도 아닌 말 한마디에 이렇게 쉽게 마음이 상해버리고. 어쨌든 대신에 집을 뒤져서 나온 누텔라를 퍼먹었다. 막상 먹고 보니 원했던 맛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너무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으니 책을 한 권 읽었다. 와인에 관한 책이라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 내 취향이 아니었다. 글은 작가의 성향을 오롯이 반영하고, 나는 작가를 너무 탄다. 작가와 조금만 성향이 맞지 않아도 아주 차갑게 마음이 돌아서버린다. 역시 나는 참 delicate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