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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쥴리 Jan 04. 2023

격리해제, 도라지배즙, 회복

배도라지즙이 아니고 도라지배즙.

어제는 도저히 쓸 말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오늘은 격리 해제일이었다. 안타깝게도 미엘은 격리 중이지만 나는 아니다. 그래서 잽싸게 뛰쳐나갔다. 미세먼지는 나빴지만 내가 보는 하늘은 맑았다.

오늘의 메인 퀘스트는 엽서 보내기이다. 놀랍게도 크리스마스 엽서(...)를 해가 바뀌고서야 보내게 되었다. 미리 쓰기 시작한 것은 12월 20일에 쓴 것도 있는데 크리스마스 전후로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편지를 부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격리까지 겹쳐서 1월이 지나고서야 부치게 될 줄은 몰랐지. R 언니, M 언니, N 언니, B, 대학동기 I, 베프 Y, 긍정걸 L, 동생 J, H, W, D까지. 쓰고 보니 빠진 사람들이 있네.. (덜덜) 챙길 사람이 많은 것은 좋지만 참 바쁘다. 언젠가부터 사람 사이라는 것이 아무런 노력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친한 사이였더라도 연락을 하고, 챙겨주는 등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 나는 지금 나의 사람들은 큰 문제가 있지 않으면 계속 갈 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꾸준히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다.

물론 그래서 어느 정도는 챙겨주는 만큼 챙김을 받는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사실 원바이원(?)이 될 수도 없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마음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늘 감사하다. 이번 코로나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해주고 챙겨줬다. 확진 소식을 듣자마자 죽을 보내주신 큰 형님, 다 나으면 카페 가서 데이트 하라며 스벅 쿠폰을 보내주신 작은 형님, 배민 쿠폰을 보내준 L 언니, 생강청을 보내준 N 언니, 도라지 배즙을 한 박스도 아니고 무려 세 박스나 보내준 통 큰 친구 H, 귤 한 박스 보내준 W, 딸이랑 사위 굶을까 봐 떡이랑 소고기를 박스 째로 보낸 울 엄마까지. 삶이 지칠 때마다 나를 아껴주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야겠다. 그런 마음이 들만큼 나를 챙겨주는 소중한 내 사람들을 나도 그만큼 챙겨줘야지!

그나저나 나와 미엘 미각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이 도라지배즙에서는 별맛이 나지 않았다. 도라지향이 엄청 조금 나는 미네랄 물 같았다. 미엘이랑 둘이서 배도라지즙이 아니고 도라지배즙이라 그런 거 아니냐며 킬킬댔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맛이 강해지는 걸 보면 나의 미각이 돌아오고 있나 보다.

그렇게 메인 퀘스트는 끝났고 서브 퀘스트로는 커피 테이크 아웃, 미엘이 먹고 싶다고 했던 베이글 사냥, ATM기 출금, 종량제 쓰레기 버리기, 식량 구하기 등등이 있었다. 쓰레기봉투를 낑낑대며 들고 가는데 경비 아저씨가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나서 무겁지 않냐며 들어주셨다. 오늘의 감사함 +1 적립! 그리고 서브 퀘스트들도 전부 완료! 오랜만의 바깥나들이는 아주 소소한 즐거움들 가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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