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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쥴리 Jan 05. 2023

오이, 김밥, 저녁

설마 그게 밥은 아니지?

민정원 작가님의 독립출판물인 ‘설마 그게 밥은 아니지?’를 보다 보면 ‘오이 김말이’라는 것이 나온다. 코로나 이후로 부쩍 입맛이 없었는데 그것이 너어어어무 먹고 싶었다. 어지간해서는 절대 먼저 요리를 하지 않는 나인데 오이를 사 왔다. 사실 오이는 어제 사 왔는데 미엘이 갑자기 오이 상하기 전에 빨리 뭐든 하라며 독촉(아니,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하는 바람에 하기가 싫어졌지만 먹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서 요리를 시작했다.


일단 햇반을 돌렸다. 미엘이 작년 6월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밥솥에 밥을 한 적이 없어서 밥솥이 아예 아일랜드 밑에 내려가있어서 밥이 필요하면 요즘은 햇반을 먹는다. 게다가 회를 시키고 받은 초밥양념이 햇반 1개 기준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햇반이 좋아아! 돌린 햇반에 초밥 양념을 뿌리고 일단 좀 식히는 동안 김밥용 김을 뜯고(근데 세상에 유통기한이 2020년까지!), 오이를 씻어서 껍질을 벗기고 길이로 썰어뒀다. 오이에는 양념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시간도 없고) 간이 모자랄까 봐 집에 남는 단무지와 피클을 넣으려고 다져놨는데 밥을 먹어봤더니 간이 충분할 것 같았다. 밥이 덜 식었지만 (내 마음이) 바쁘니까 그냥 김밥을 말기로 한다. 김을 깔고, 밥을 얇게 펴고, 오이를 올린다. 이대로 쌀까 하다가 뭔가 심심한 기분이 들어 실리콘 브러시로 간장을 오이에 살짝 바르고 와사비를 얹고 후추를 뿌렸다. 이제 좀 그럴싸해졌다. (돌돌) 엄청 얇은 김밥이 한 줄 완성되었다. 그렇게 세 줄을 쌌다. 미엘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지만 나는 마음에 든다. 곁들일 국을 하나 준비하면 저녁 준비 끝!


덧, 내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코로나 환자라는 것. 오이김밥인데 오이 맛이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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