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매니아
그러하다. 나는야 절기 매니아! 입춘에 입춘방을 붙이고,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동지시에 맞춰 대문(이라 해봤자 아파트지만)에 팥죽을 뿌린다. 왜 이렇게 절기를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할머니와 같이 산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딱히 할머니가 격정적으로 절기를 챙기시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어쨌든 절기를 좋아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절기의 첫 번째는 입춘이지만, 신정 기준으로는 소한이 첫 번째 절기이다! 올해 첫 절기에 절기 마니아가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게다가 소한답게 춥고 비까지 왔다. 그래서 오랜만에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평소에는 무지 엽서에 그리는 편!) 계절감이 나타나는 그림이 좋을 것 같아 겨울 풍경에 계묘년 기념으로 검은 토끼를 아주 작게 그려보았다. 히히- 나만 아는 귀염 모먼트!
그리고 어제 오이 김밥이 씅에 안 찼던 우리는 오늘도 김밥을 말기로 했다. 미엘은 아직 격리 중이라 나 혼자 나가서 햄, 어묵, 우엉, 당근, 맛살을 사 왔다. 아! 깻잎이랑 마요네즈도! 반년만에 밥솥에 밥도 하고 아주 신나서 열 줄이나 쌌다. 사실 지난번에는 열다섯 줄이나 쌌었는데 둘 다 손이 작아졌구만! 어쨌든 파는 김밥이 아니라 집김밥은 내 맘대로 이것저것 넣어서 사도 김밥을 만들 수 있어서 신난다. 후후.. 이 맛에 김밥 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