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없는 552일째 날
아빠 안녕?
며칠 전에 엄마 생신 겸 해서 집에 갔다 왔어.
근사한 밥을 먹으러 갈까 했는데
엄마가 대게를 먹으러 가자고 하더라고.
아빠 생신 때 가던 그 집 말이야.
나도 모르게 순간 살짝 굳었어.
뭔가 일부러 피했던 건 아닌데
뭐 먹으러 갈지 생각하면서도
묘하게 거긴 빼고 생각했더라.
무의식적으로 아빠 없이 가긴 싫었나 봐.
넷이 같이 가던 집인데...
어쨌든 뭐 엄마가 먹고 싶다니까 갔지.
그 집 스끼다시도 많이 잘 나오고 게도 맛있잖아?
근데 홍합탕이 나왔을 때,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어.
아빠는 그거 두 그릇, 세 그릇씩 드셨잖아.
그거 먹는 사람이 없더라고.
하하.
그래도 어찌어찌 티는 안 내고 잘 먹고 나왔어.
근데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까
소주가 없더라? 소주가 없었어.
이제 식당에 가도 같이 소주 먹어줄 사람이 없어.
아빠랑 점심에 반주하는 게
내 인생의 낙이고 행복이었는데
이제 그 행복은 없구나 싶더라.
왜 나랑 좀 더 놀아주지 않고 그렇게 먼저 가버린 거야.
오늘은 아빠가 조금 미워.
아빠랑 전화하고 싶고, 아빠랑 얘기하고 싶어.
봄이 오는 척하다가 눈이 왔다고,
날씨가 엉망이라고,
아파트에 산수유가 폈더라고,
주말에 요트 타러 간다고,
이제 꽃 보러 다녀야겠다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하나도 할 수가 없다니.
아빠가 없는 나는 불행하기 짝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