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없는 542일째 날
아빠 안뇽?
오랜만이여~ 잘 지내셨수?
얼마 전에 칠곡 아버지 부정맥 시술을 하셨어. 알지?
그래서 그 병원, 그 육교를 또 엄청 왔다 갔다 했어.
그 육교에서 보는 뷰가 참 예쁜데
그 육교 건너 오솔길이 참 걷기 좋은데
그 오솔길을 지나면 복어 맛집이 있는데
그 복어집 앞에는 맛있는 커피집도 있는데
다 아빠가 참 좋아할 것 같은데 아빠랑은 한 번을 못 해봤네.
왜 아빠가 천년만년 나랑 같이 다닐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을까.
가끔 나 자신이 너무 멍청했다고 느껴져.
어쨌든 그래서 칠곡 아버지가 시술을 하셨는데 잘 됐어.
무사히 퇴원도 하셨지.
상황이 아빠랑 많이 달랐어서 그런지
나는 크게 아빠 생각이 많이 나진 않았는데
어머니가 계속 아빠 생각날 텐데 괜찮냐고 하시더라고.
아무렇지 않았어. 괜찮았어.
아빠는 아빠고 아버님은 아버님이잖아.
내내 별 생각 안 했는데
마지막 퇴원날이 되니까 아빠 생각이 너무 나더라.
나도 아빠랑 이렇게 퇴원하고 싶었는데,
잘돼서 다행이라고 이제부터 관리 잘하시라고,
낄낄대며 맛있는 거 같이 먹으러 가고 싶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더 빨리 서울로 병원을 옮겨야 했을까?
더 자주 집에 갔어야 했을까?
한 번이라도 건강검진 잘 받고 계시는지 확인해 볼걸,
왜 아빠가 다 잘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왜 아빠가 건강하다고 생각했을까.
왜 이렇게 멍청했을까.
아빠..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