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없는 348일째 날
아빠아아아-
아빠는 나를 보면 한심할까? 가여울까?
이제 와서 아빠를 잊지 못하는 내가 말이야...
이번에 할머니 제사라 본가에 다녀왔어.
아빠가 없는 할머니 제사는 처음이었지. 아빠가 없는 제사라니!
내가 제주였어.
아빠가 이런 거 다 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하고 싶지 않아, 아빠.
제사가 싫은 게 아니라, 이런 책임과 결정을 내리고 싶지 않아.
있잖아, 나는 아빠, 그냥 아빠 뒤에 있고 싶어.
아빠라면 미리 지방도 다 준비했을 테지?
나는 했다고 생각했는데 없어서 급하게 썼어.
아빠가 있었다면 한소리 하면서도,
잘 썼다고 해줬을 것 같아.
오늘을 위해서 한문도, 서예도 가르쳤던 거야?
그랬다면 예지력 진짜.. 킹왕짱이시네여?
제사는 의외로 별 거 아니었어.
그것보다 집을 치우는데 이것저것 나오잖아?
내가 아빠 스마트폰 제일 처음에 사줬을 때,
가이드랍시고 그려준 것이 있더라고.
이제 보니까 아무 내용도 없는데 저게 뭐라고 갖고 있었대?
참... 저거 그려줄 때만 해도
아빠가 스마트폰 못 쓸지도 모르니까 쓰던 폰 안 팔고 갖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못 쓸 지도“ 가 아니라 ”못 쓸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아빠 나이도 많고, 전자기기 다루기도 서투니까
섣불리 못 쓸 거라고 생각했었나 봐.
편견은 오히려 내가 갖고 있었던 것 같아.
미안해.
아빠의 나이를 신경 쓰고 제한을 뒀던 건 오히려 나였나 봐.
아직 한창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었는데.
내가 아빠의 앞길을 막고 있었나 봐.
진작 사줄걸.
그래도 아빠 마음에 쏙 드는 스마트폰 잘 쓰다 가서 다행이다!
‘아빠는 못 쓸 거야’라고 생각했던 나! 반성해!
아빠 잘 지내지?
너무 보고 싶어, 알고 있지?
진짜 보고 싶어.
아빠가 없는 나는 반쪽 짜리 인간인 것 같아.
그걸 매일매일 느껴.
아빠가 있을 때(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왜 더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나는 너무나도 아빠랑 얘기를 하고 싶어.
다른 사람의 생각은 궁금하지 않아.
나는 아빠의 생각이 궁금해,
뭐든지 아빠의 생각을 알고 싶어.
내가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봤는데
민물고기를 진짜 싫어하는 사람이 친구 추천으로 빠가사리 매운탕을 먹었는데 그게 진짜 맛있었대.
아빠도 그랬어? 진짜 빠가사리가 민물고기 중에서 제일 맛있어?
그리고 요즘 무슨 유튜브 때문에 영양이 핫해졌거든?
그래서 닭 불고기니, 영양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 타르트니 핫하대.
아빠는 가봤어?
내가 얼마 전에 대양 복숭아라고 킹왕짱 큰 복숭아를 먹었는데,
아빠는 복숭아 품종에 대해서 좀 알아?
대양 복숭아 먹어봤어? 이게 과육이 큰 복숭아라더라?
아마도 내가 얻은 지식의 출처가 전부 아빠라,
나도 아빠한테 새로 얻은 지식을 알려주고 싶나 봐.
아빠, 보고 싶어.
내가 새로 발견하는 맛집, 알게 되는 사실들 전부 아빠도 보고 있길 바래.
왜냐면 나는 점점 더 아빠를 닮아가고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