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도 군이 달아야 잘 먹는데 식구가 줄어들고 나니 뭐든지 덥석덥석 손 가는 음식이 없어졌다.
냉장고 과일칸에 언제 적부터 있었는지 기억도 없는 배가 눈에 띄었다. 더 두면 버릴 것 같고 먹자니 영 당기지 않는다. 언젠가 설핏 들은 배 깍두기 가 생각났다.
깨끗이 씻어 4등분 한 다음 껍질을 깎고 씨앗 부분도 도려내었다 큼직한 깍둑 설기를 해서 고춧가루만 넣고 살살 문질라 배에 붉은색을 입혔다.
마침 냉장고에 하나 남아 있던 오이도 소금으로 씻은 후 깍둑설기 해 두었다 쪽파대신 초록색을 내기 위해 안성맞춤이다 싶었다.
색을 낸 배와 오이를 함께 넣고 눈대중으로 새우젓과 간 마늘 고춧가루를 넣고 조물조물 하니 배깍두기가 완성되었다.
설날이라고 들린 딸의 젓가락이 유독 깍두기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