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아버지의 침대 옆에서

대학병원에서 쫓겨 나신 후 집에서 보낸 일 년의 시간

by 현성은

아버지께서 폐렴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하셨지만, 병원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치료가 없다고 치료를 포기하고 퇴원시켜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온 후, 1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병원에서 집으로 오신 후 아버지는 뼈와 가죽만 남은 것처럼 말라 계셨고 많이 쇠약해지셨습니다. 영양을 공급해 주는 콧줄과 소변줄을 달고 계신 채 대부분의 시간을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피부는 검은색과 빨간색 반점들로 가득 차 있고 우리가 말을 걸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쳐다보시고 말씀은 거의 하지 못 하셨습니다.

창문 너머 보이는 푸른 하늘과 초록색 나무들을 멍하게 바라보시는 아버지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여러 가지로 복잡했습니다.


아버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이렇게 하루 종일 누워서 계시는 것이 행복하실까


제가 결혼하기 전에, 친할아버지께서는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계셨습니다. 당시 할아버지는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더 이상 병원에서 해줄 것이 없다는 말과 함께 집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에 해집에서 누워 계시다 돌아가셨습니다. 노환으로 식사를 못 하셨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집에서 콧줄로 영양식을 공급할 수 없었기에 식사를 못 하시면 일주일 정도 누워 계시다 하늘나라 가시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의학과 간호의 발달로 식사를 못 하셔도 콧줄로 영양식을 공급받을 수 있고, 대소변을 못 누셔도 관으로 배출할 수 있어서 많은 분들이 저희 아버지처럼 누워만 계시며 생활하십니다. 심지어 호흡을 못 해도 산소호흡기를 통해 병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삶을 연장하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이 분들이 그런 삶을 원하시는지 아닌지는 제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예전에 어머니께서 치매 걸리시기 전에 어머니의 노후생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나이 들어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


“할 수만 있다면 너희들이랑 같이 살고 싶지”


“엄마! 만약에 엄마가 나이 들어 많이 아파. 그래서 병원에서 치료하며 살아야 될 수도 있어. 그래도 집에 있고 싶어?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치료해 줄 수 있지만 집에서는 아무 치료가 안 되는데…“


“나는 치료받지 않아도, 그리고 아무것도 못 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어도 너희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를 방에서 듣기만 해도 좋아.

내가 말하지 못해도 너희들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


아버지도 어머니와 같은 마음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 말씀을 못 하고 계셔도 귀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신 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 빨리 하늘나라에 가고 싶으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맡기고

지금은 살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것만은 알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오늘 아침도 웃으며 아버지께 아침 인사를 하고 기저귀를 갈고 소변줄로 모인 소변을 치우며 콧줄과 연결된 영양백에 영양식을 넣어 아버지께 드립니다. 그리고 아버지 마음이 좀 더 편해지도록 찬양을 틀어 드리고, 들으실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이 매일 썰렁한 농담을 하며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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