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설렘은 늘, 도시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먼저 켜진다
12월이 되면 이상하게 휴대폰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올해는 어디가 예쁠까, 언제가 덜 붐빌까, ‘완벽한’ 크리스마스를 검색창에 맡겨보는 마음. 그런데 막상 데이트 날이 다가오면, 우리가 필요한 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한 번쯤 웃을 수 있는 장면’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날도 그랬다. 울산대공원 정문 쪽으로 걸어가는데, 어깨가 먼저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마켓 입구의 풍차 트리가 돌기 시작하자 마음이 풀렸다. LED 눈꽃 조명 아래, 산타하우스 앞에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들떠 보였다. 무료라는 말이 이렇게 다정할 수 있을까.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이 들어온 공간에서 우리는 잠깐 ‘괜찮은 연말’이 된 기분을 샀다. 푸드트럭 앞에서 호떡을 고르며 서로의 장갑을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조명이 더 큰 숨을 쉬는 곳은 태화강 국가정원이었고, 거기서 불빛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계절의 문장이 됐다. 만남의 광장에서 느티나무길로 이어지는 길은, 우리가 지나온 한 해를 조용히 정리해 주는 복도 같았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기 전의 시간—여섯 시 반에서 일곱 시 사이—그 애매한 밝음 덕분에 사진도, 마음도 과장되지 않게 남는다.
조용함이 필요할 때는 선암호수공원으로 간다. 대형 트리와 LED 터널은 화려하지만, 분위기는 생각보다 차분하다. 북적이는 곳에서 사랑을 증명하듯 찍는 사진보다, 한산한 평일 저녁에 천천히 걷다 찍은 한 장이 오래 남는다.
그리고 명선도. 거긴 말 그대로 ‘야경의 끝’ 같은 곳이다. 색이 바뀌는 조명 아래에 서면, 우리가 사는 현실이 잠깐 다른 세계로 전환된다. 다만 그 아름다움은 늘 조건을 붙인다. 운동화, 조심스러운 발걸음, 날씨 확인. 완벽한 밤은 준비보다 ‘안전’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곳은 알려준다.
크리스마스 야경 명소를 정리하다 보면, 결국 남는 건 장소의 이름이 아니라 함께 걸었던 속도다. 울산대공원의 소란스러운 웃음, 태화강의 경건한 빛, 선암호수공원의 조용한 온기, 명선도의 신비로운 어둠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말을 완성한다. 꼭 하루에 다 담지 않아도 된다. 몇 번에 나눠도 좋고, 한 군데만 오래 머물러도 충분하다. 겨울은 원래 차갑지만, 우리가 불빛을 핑계로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절이니까.
크리스마스 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라면?” 울산에서 가장 반짝이는 야경 명소만 골라 소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