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카운트다운 부산, 밤하늘에 새해가 적히던 순간

밤하늘에 숫자가 새겨질 때, 우리는 새해가 된다

by 하루담음

해가 바뀌는 순간은 늘 조용한데, 이상하게도 그날 밤만큼은 세상이 조금 크게 숨을 쉬는 것 같다.


연말의 부산은 늘 분주하지만, 12월의 마지막 밤 광안리는 유독 다르다. 바다는 더 어둡고, 사람들은 평소보다 말이 적다. 각자의 주머니 속에는 아직 꺼내지 않은 소망 하나쯤이 접혀 들어 있고, 두꺼운 외투 안쪽에는 지나간 한 해의 온도가 남아 있다. 누군가는 잘 버텼다고, 누군가는 아직 끝내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그 밤을 걷는다.


몇 해 전부터 부산의 새해는 불꽃 대신 빛으로 시작한다. 하늘로 올라간 작은 점들이 질서를 이루며 움직이는 순간, 우리는 그저 위를 올려다본다. 소리보다 먼저 빛이 도착하고, 환호보다 먼저 숨이 멎는다. 숫자가 되고, 말이 되고, 어떤 해에는 꿈이 되기도 하는 그 장면 앞에서는, 누구도 설명을 하지 않는다. 설명이 필요 없는 감동이라는 게 있다는 걸, 그 밤은 아주 쉽게 증명해 보인다.


광안리의 밤바다는 늘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카운트다운의 순간만큼은 하나의 표정만 남는다. 기대와 긴장, 그리고 막연한 희망. 처음 보는 사람과 어깨가 닿아도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고, 차가운 바람에도 발길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날만큼은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이라는 하나의 캔버스를.


빛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현실이 돌아온다. 휴대폰을 켜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갈 길을 계산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은 조금 가벼워진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모든 게 조금은 괜찮아질 것 같은 기분. 아마 새해라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 무언가를 바꾸기보다는, 다시 믿어보는 쪽에 가까운.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바다는 다시 조용해진다. 누군가는 해를 보기 위해 남고, 누군가는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을 찾아 골목으로 향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첫날을 맞이하면서도, 그 밤을 함께 올려다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묘한 동지애가 생긴다. 그건 사진으로는 남지 않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삶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밤하늘에 새겨진 숫자를 바라보던 그 순간만큼은, 조금 더 나은 쪽을 믿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매년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바람은 차갑고, 길은 붐비고, 집에 가는 길은 멀다는 걸 알면서도. 그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해의 시작을 빛으로 기억하고 싶어서.


아마도 그날의 하늘은 말없이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괜찮다고, 다시 시작해도 된다고.


부산 카운트다운 동선 정리

감동은 크게, 고생은 줄이는 현실적인 팁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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