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여행 준비물 리스트를 쓰다, 마음이 먼저 가벼워

가방을 닫기 전, 마음부터 정리했다

by 하루담음

가방을 펼치는 순간마다, 여행보다 먼저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출발을 며칠 앞둔 밤, 방 한가운데 캐리어를 열어둔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옷장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고, ‘혹시 몰라’라는 말이 입안에서 몇 번이나 굴러다녔다. 필요할 것 같고, 없으면 불안한 것들. 하지만 그 불안은 늘 물건의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 떠났던 장거리 여행에서는 가방이 늘 무거웠다. 걱정이 많았고, 마음이 분주했기 때문이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캐리어가 뒤처졌고, 플랫폼을 건너며 숨이 가빴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끌고 다닌 건 짐이 아니라 마음의 여분이었다는 걸.


몇 번의 여행을 지나며 알게 됐다. 결국 손이 가는 옷은 늘 비슷했고, 매일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준비해도 하루는 하루였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가방에 물건을 넣기 전, 질문을 하나 던진다.


‘이건 정말 나를 편하게 해줄까.’


짐을 줄이자 이동이 가벼워졌고, 이동이 가벼워지자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공항의 이른 아침 공기, 낯선 도시의 바람, 숙소 창가에 걸린 빛. 예전엔 스쳐 지나갔던 장면들이 이제는 또렷이 남는다.


가벼운 짐은 여유를 남긴다. 예기치 않은 골목으로 들어설 수 있는 용기, 계획에 없던 카페에 앉아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마음. 여행은 그렇게 틈에서 완성된다는 걸 배웠다.


가방을 닫는 일은 준비의 끝이 아니라 정리의 시작이다. 무엇을 챙겼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았는지가 그 여행을 말해준다. 다음 여행에서도 나는 아마 같은 질문을 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것이다.


내가 매일 활용하는 장거리 준비물 활용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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