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위에서 기다리는 마음
겨울이 오기 전인데도, 나는 벌써 얼음 위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아직 달력은 한 장 남아 있고, 손끝에 닿는 공기도 완전히 차갑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먼저 화천으로 가 있다. 매년 겨울 뉴스 속에서, 사진 속에서만 보던 그 장면. 얼음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구멍을 내려다보는 사람들, 입김이 하얗게 흩어지는 풍경. 2026년의 화천 산천어축제는 나에게 그렇게, 계절보다 먼저 도착했다.
사실 축제란 늘 비슷하다고 생각해왔다. 사람 많고, 춥고, 잠깐의 즐거움으로 끝나는 행사. 그런데 이 축제는 이상하게 다르다. 얼음을 뚫고 물을 들여다보는 그 기다림의 시간 때문일까. 산천어가 올라오기 전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순간들이, 오히려 이 겨울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기대라는 건 늘 그런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당장 손에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올 거라는 믿음으로 버티는 시간.
2026년의 축제를 떠올리면, 나는 잡히지 않은 산천어보다 그 주변의 풍경을 더 많이 상상하게 된다. 얼음 위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 추위를 잊게 하는 군고구마 냄새, 밤이 되면 거리 가득 켜질 불빛들. 누군가는 가족과, 누군가는 친구와, 또 누군가는 혼자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자리에 모인 이유만큼은 비슷할 것이다. 이 겨울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어쩌면 우리는 매년 이런 축제를 기다리며 스스로를 설득하는지도 모른다. 아직 괜찮다고, 아직 즐길 수 있다고. 얼음 위에 서서 손을 호호 불며 낚싯대를 잡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올 한 해의 피로도 걱정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2026년 화천 산천어축제를 기다린다. 많이 잡지 않아도 괜찮고, 오래 머물지 않아도 좋다. 다만 그곳에서 겨울을 제대로 마주하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얼음은 녹아도, 그날의 기억은 오래 남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