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장가계
여행 가방을 싸며 가장 오래 고민한 것은 옷이 아니라 속도였다.
부모님과 함께 떠나는 장가계 여행은 늘 그랬다. 더 많이 보고 싶은 마음보다, 무사히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먼저 앞섰다. 장가계의 봉우리들은 사진 속에서 늘 웅장했지만, 실제로 마주한 풍경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그 고요함 속에서 부모님의 숨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그때 알았다. 이 여행은 풍경보다 사람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걸.
봄의 장가계는 연약했다. 안개가 천천히 걷히며 드러나는 바위들은 마치 막 잠에서 깨어난 얼굴 같았다. 얇은 옷 위에 가볍게 걸친 바람막이, 목을 감싼 스카프 하나가 체온보다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해주던 계절. 부모님은 꽃보다 오래된 이야기들을 꺼내셨고, 나는 그 이야기에 맞춰 걸음을 늦췄다.
여름은 솔직했다. 덥고 습했고, 땀이 났다. 그래서 더 단순해졌다. 시원한 옷, 잘 마르는 신발, 그리고 충분한 물. 복잡한 욕심을 내려놓으니 여행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그늘에 앉아 쉬는 시간이 늘었고, 그 시간만큼 대화도 늘었다.
가을의 장가계는 가장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단풍은 화려했지만 공기는 차분했고, 겹겹이 입은 옷처럼 하루의 온도도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부모님은 조끼를 입었다 벗었다 하며 웃으셨고, 나는 그 모습이 단풍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겨울은 적막했다. 눈 덮인 바위와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함은 준비의 몫이었다. 장갑과 모자, 그리고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 무엇보다 서로를 살피는 눈길이 가장 큰 방한용품이었다.
장가계에서 깨달은 것은 간단했다. 좋은 여행은 완벽한 일정이 아니라, 서로의 상태를 살피는 여유에서 시작된다는 것. 부모님과의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었고, 그 과정은 준비한 만큼 편안해졌다. 그래서 다음 여행을 떠올릴 때도 나는 여전히 옷보다 속도를 먼저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