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옆에 놓인 마음
항공권 가격은 언제나 여행의 시작이 아니라, 마음의 결심에서 먼저 움직인다.
겨울이 되면 나는 자연스럽게 달력을 한 장 넘겨 일본을 떠올린다. 눈이 많이 오지도, 완전히 녹지도 않은 애매한 계절. 하지만 그 애매함 속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사실을, 여행을 몇 번 다녀온 뒤에야 알게 됐다. 특히 1월과 2월은 ‘조금만 쉬면 길게 떠날 수 있는’ 유혹이 숨어 있는 달이다. 설날, 눈축제, 방학. 이 단어들이 겹칠수록 항공권 가격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올라간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계획할 때 목적지보다 먼저 달력을 본다. 사람들이 언제 움직이는지를 알면, 나는 그 반대 방향으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월 초의 짧은 연휴가 지나고,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시점. 혹은 눈축제가 끝나고 공항이 한숨 돌리는 며칠. 그 틈에 항공권 가격은 거짓말처럼 낮아진다. 여행이란 결국, 사람들의 흐름에서 한 발 비켜서는 연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쿄든 오사카든, 후쿠오카든 목적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언제’ 떠나느냐다. 같은 도시라도 날짜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 여행의 비용과 밀도가 전혀 달라진다. 비행기 안에서 느끼는 여유, 공항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순간, 숙소를 고를 때의 선택지까지. 가격은 숫자지만, 그 숫자가 만들어내는 여행의 결은 꽤나 다르다.
나는 이제 가장 비싼 날짜를 피하는 대신, 가장 조용한 날을 고른다. 사람들로 가득 찬 축제의 한가운데보다, 축제가 끝난 다음 날의 거리를 걷는 쪽을 택한다. 눈은 여전히 쌓여 있고, 바람은 차갑지만, 그 사이를 걷는 발걸음은 훨씬 가볍다. 항공권을 아꼈다는 사실보다, 잘 피했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남는다.
여행은 결국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떤 리듬으로 떠나느냐의 문제다. 달력 옆에 마음을 놓고 천천히 살피다 보면, 비싸지 않은 가격과 조용한 시간은 늘 함께 따라온다. 그게 내가 겨울 일본을 좋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