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여권 잃어버렸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당황은 잠시, 여행은 계속된다

by 하루담음

여권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가방을 몇 번이고 뒤지고, 주머니를 다시 확인해도 없는 그 작은 책자 하나 때문에 여행 전체가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나 역시 해외에서 비슷한 순간을 겪은 적이 있다. 그때 가장 힘들었던 건 상황 그 자체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막막함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당황이 조금 가라앉고 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가까운 경찰서를 찾고, 서툰 영어로 상황을 설명하며 종이를 한 장 받는다. 그 종이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여권은 사라졌지만 여행이 끝난 건 아니었다.


해외에서의 사고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아프거나, 비행기를 놓치거나, 지갑이 사라지는 일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완벽하게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어떻게 통과하느냐다. 호텔 프런트에 도움을 요청하고, 항공사 카운터 앞에서 차분히 줄을 서는 것. 작은 행동들이 쌓여 상황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여행을 거듭할수록 나는 준비물 목록이 조금 달라졌다. 새 옷이나 카메라보다, 여권 사본과 보험 증서, 그리고 여유 있는 마음이 더 중요해졌다. 모든 걸 통제할 수는 없지만, 대응은 연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여행 중의 위기들은 결국 지나갔고, 남은 건 기억이었다. 그 기억은 사진보다 오래 남아, 다음 여행에서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길을 잃어도 다시 찾을 수 있고, 여권을 잃어도 집으로 돌아갈 방법은 있다. 여행은 그렇게 계속된다.


여권을 잃어도 집에 갈 수 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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