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는 비결, 똑똑한 커플 여행 준비물

빈틈없는 리스트 사이에 끼워둔, 서로를 향한 다정한 마음의 무게

by 하루담음

여행의 시작은 공항 게이트를 통과할 때가 아니라, 거실 바닥에 빈 캐리어를 펼쳐 놓는 순간부터라고 나는 믿는다. 텅 빈 가방을 사이에 두고 우리가 마주 앉을 때, 설렘은 이미 방 안 가득 차오르기 시작한다. 몇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숱하게 짐을 싸고 풀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여행의 짐 싸기는 여전히 내게 가장 다정하고도 신중한 의식이다.


젊은 날의 우리는 종종 여행지에서 사소한 결핍으로 다투곤 했다. 충전기를 누가 챙기기로 했는지, 왜 비상약은 없는지 따위의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아름다운 풍경을 등지고 돌아누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계절을 지나며 우리는 깨달았다.


여행 준비물 리스트를 작성하는 일은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나열하는 행위가 아니라, 낯선 곳에서 당신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기를 바라는 나의 세심한 배려임을 말이다. 내가 챙기는 여분의 겉옷은 변덕스러운 날씨로부터 당신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고, 꼼꼼히 챙긴 소화제와 밴드는 당신의 평온한 밤을 지켜주고 싶은 나의 기도와도 같다.


이제 우리는 안다. 완벽한 커플 여행을 위한 체크리스트란, 물건의 목록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관찰의 기록이라는 것을. 당신이 호텔의 건조한 공기에 힘들어할까 봐 미니 가습기를 챙기고, 추억을 남기기 좋아하는 우리를 위해 삼각대를 가방 깊숙한 곳에 넣는다.


나의 짐 절반은 당신을 위한 것이고, 당신의 짐 절반은 나를 위한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필요를 먼저 헤아리며 가방을 채우다 보면, 물리적인 짐의 무게는 늘어나지만, 마음의 짐은 한없이 가벼워진다. "이것만 챙기면 끝"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 서로에게만 집중하자"는 다정한 약속과 다름없다.


캐리어의 지퍼를 닫으며 생각한다. 우리가 떠나는 곳이 어디든, 그곳이 휴양지든 험한 오지든 상관없다고. 준비된 가방 속에는 낯선 길 위에서도 서로를 잃지 않게 해 줄 단단한 준비물들이, 그리고 그 물건들 틈바구니마다 우리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으니 말이다.


결국 여행에서 돌아와 남는 것은 사진 몇 장과 기념품이겠지만, 그 여행을 지탱했던 것은 출발 전날 밤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그 사려 깊은 시간들일 것이다. 이제, 가방을 들고 당신의 손을 잡을 시간이다.


여행 가서 싸우기 싫다면? 설렘만 가득 안고 떠나는 커플 여행, 캐리어 속에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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