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꾸리기 직전의 마음

일본을 망설이는 밤, 짐을 꾸리는 마음

by 하루담음

창밖에 떨어지는 빛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망설임이라는 건 결국 떠남을 위한 마지막 여백일지도 모른다고.일본 여행을 처음 마음에 품었던 건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다. 지친 하루의 끝, 우연히 스크롤을 멈추게 한 한 장의 사진. 좁은 골목 위로 노란 등이 걷히고, 김이 서린 라멘 그릇에서 따뜻한 냄새가 날 것만 같았다. ‘나도 저기 서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한 줄기 욕망이 마음에 걸렸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생각도 고개를 들었다. 시간, 비용, 준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눌러놓는 이유들은 늘 정교하게 쌓인다. 그래서 나는 며칠을 망설이며, 여행이라는 단어를 책상 위에만 올려두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망설임은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아니라, 가기 위한 핑계라는 것을. 떠날 마음을 다져주는 마지막 관성처럼, 나를 붙잡는 감정들은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앞으로 밀어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사실 가면 채워질 장면들에 대한 기대감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떠나야 할 여러 이유보다, 단 하나의 이유가 더 선명해졌다. 지금의 나라서 보고 싶은 풍경이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결국 가방을 열었다. 접어 넣을 옷을 고르며, 오래 묵혀둔 마음도 함께 정리했다. 목적지는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필요한 건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딱 그만큼의 용기였다.


망설임의 자리를 비워내자 여행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아직 표를 끊기 전인데도, 마음은 반쯤 그 거리에 가 있었다.


아마도 여행은 그런 방식으로 찾아오는 것 같다. 조용히 등을 떠밀고, 어느 순간 문 밖으로 나서는 발걸음이 자연스러워지는 순간. 지금 이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천천히 지퍼를 올린다. 일본 여행을 망설이고 있는 이 순간, 어쩌면 이미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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