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무지개를 보았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었다.

by 하루담음

여행지의 날씨를 미리 확인하고, 비 소식이 있으면 괜히 마음이 설렜다. 비가 온 뒤의 하늘에는 가끔, 아주 가끔 무지개가 걸리곤 했으니까. 어릴 적 책에서 본 무지개는 늘 특별한 순간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마다 은근히 기대했다. 혹시 오늘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기대는 늘 기대에 머물렀다. 비는 왔지만 하늘은 흐렸고, 햇살은 있었지만 비는 없었다. 무지개는 그렇게 매번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날도 여행은 아니었다. 설렘보다는 일정표가 먼저 떠오르는, 그저 평범한 출장길이었다. 익숙한 도시, 낯설지 않은 풍경,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는 반복된 하루. 창밖으로 쏟아지던 비가 그칠 즈음,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렸을 때였다. 습기 어린 공기 사이로 햇빛이 비집고 들어오더니, 갑자기 누군가 일부러 그려놓은 것처럼 하늘 한쪽에 무지개가 걸렸다. 순간적으로 숨이 멎은 것 같았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장면이,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나타난 것이다.


그 무지개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색은 금세 옅어졌고, 다시 흐린 하늘이 자리를 채웠다. 그런데도 마음 한가운데에 묘하게 따뜻한 감정이 남았다. 여행에서는 그토록 애써 찾지 못했던 장면을, 아무 기대 없이 지나던 하루가 건네주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기대했던 건 무지개가 아니라, 특별한 순간 그 자체였다는 걸.


우리는 종종 여행에 많은 의미를 담는다. 떠나야만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고, 멀리 가야만 마음이 움직일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기대를 가득 안고 떠난 길에서는 오히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기대를 내려놓은 순간에 비로소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우연은 늘 준비된 사람보다 비워진 사람에게 더 조용히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무지개를 다시 보기 위해 일부러 비를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오늘도 하늘을 한 번쯤 올려다볼 뿐이다. 여행이든 출장길이든, 어떤 하루든 상관없이. 기대하지 않기에 더 선명해지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아무렇지 않은 하루의 끝에서 무지개를 만나게 된다면, 그때도 조용히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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