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가 지나간 바닷바람을 기억하는 곳
여행을 하다 보면, 이유 없이 자꾸만 마음이 머무는 장소가 있다.
제주 서쪽을 따라 천천히 달리던 어느 겨울 오후, 하모 방파제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사람들로 북적이지도, 특별한 조형물이 있는 것도 아닌 작은 방파제였지만, 이상하게 끌렸다. 바람이 유난히 차가웠던 날인데도 발걸음은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했다.
방파제에 닿자마자 들려온 건 파도가 바위를 두드리는 둔한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어쩐지 낯익은 숨소리였다. “푸후흡—” 하고 잠깐, 정말 순간이었다. 물 위로 검은 실루엣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누군가의 말처럼, 돌고래는 소리로 먼저 다가온다. 그 말을 그날에서야 믿게 됐다.
그 짧은 순간을 놓칠까 봐 숨을 멈추고 기다렸다. 해가 점점 아래로 내려앉고, 바다는 주황빛을 띠기 시작했다. 물결 위로 번지는 색이 너무 아름다워 돌고래가 다시 나타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또다시, 두세 마리가 가볍게 수면을 가르며 지나갔다.마치 저물어가는 하늘에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이.
그 장면 앞에서 나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실재하는 생명 앞에서 인간은 늘 느려지고, 조용해지고, 경건해진다. 그날의 나는 그 사실을 다시 배웠다.돌고래를 보겠다고 일부러 찾아간 여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뜻밖의 만남은 늘 여행의 방향을 바꾼다. 하모 방파제는 풍경 자체보다, 그곳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통해 나에게 새로운 시선을 남겼다.
노을이 지는 동안 아무 말 없이 바다만 바라보는 시간. 잊고 지냈던 단순한 호흡,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 그리고 자연이 건네는 작은 기적들.
돌고래가 나타났기 때문에 특별했던 게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의 나 자신이 특별해졌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서두르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그냥 잠시 멈춰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그 평온함이 여행이 주는 진짜 선물일지도 모른다.
하모 방파제는 화려한 명소는 아니다. 하지만 바람이 방향을 바꾸듯, 마음도 가끔은 조용한 곳에서 제 길을 찾아간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한 것은, 그곳에 남겨둔 감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돌고래를 만나는 순간보다 오래 기억나는 건 어쩌면 그 순간을 기다리던 나의 모습이다. 제주 여행에서 한 번쯤, 하모 방파제 같은 조용한 풍경에 기대어 마음을 쉬게 해보길 바란다. 언제든, 바다는 당신의 속도를 맞춰주는 곳이니까.
혹시 이곳으로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블로그에 실용적인 정보들을 모아두었습니다. 여러분의 여행이 더 편해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