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늘 바쁘게 움직이지만, 강은 언제나 자기 속도로 흐른다.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을 처음 찾았던 날도 그랬다. 서울보다 한결 부드러운 공기 속에서, 강가를 따라 걷기 시작하자 도시의 소음이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별한 일정도, 거창한 목적도 없었다. 그저 오랜만에 자연의 리듬에 내 속도를 맞춰보고 싶었다.
산책길은 생각보다 단순했고, 그 단순함이 좋았다.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한참을 멈춰 흐름을 바라보게 만드는 강의 표정, 그리고 그 옆에서 제각각 속도로 걷는 사람들. 모두가 어딘가로 향하고 있지만 동시에 아무 데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 속에서 나 역시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강 너머로 노을이 번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특별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그 평범함이 오히려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해가 천천히 내려앉는 동안, 나는 그날 하루를 돌아보게 되었다. 무엇이 나를 지치게 했고, 무엇을 다시 채워야 하는지. 강가에서의 짧은 정적이 생각을 또렷하게 만들어주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화려한 명소보다 ‘여백의 공간’에 가깝다고 느꼈다. 자연이 과하게 감탄을 요구하지도 않고, 나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도 않는 곳. 그저 내가 걸어가면 걸음을 받아주고, 멈추면 멈춘 자리에서 조용히 풍경을 건네주는 장소였다. 여행지에서 이런 편안한 관계를 느낀 건 오랜만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도 이런 풍경처럼 담백했으면 좋겠다고. 과하지 않지만, 오래 마음에 남는 이야기. 사람의 속도를 조급하게 하지 않는 문장. 태화강이 보여준 잔잔함을 글 속에 조금씩 담아보고 싶어졌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충분히 깊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