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보다 먼저 나를 반기는 냄새

여행지에서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하는 건 풍경이 아니라 냄새일 때가 있다.

by 하루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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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진 것도 그랬다. 바람에 실린 짭조름한 바다 냄새. 멀리서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가 겹쳐지며, 도시에 도착했다는 감각보다 먼저 ‘바다 가까이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해운대든 광안리든 장소가 어디든, 부산의 첫인상은 언제나 이 향기가 만들어준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날은 특별한 계획 없이 바닷가를 따라 걷기만 했다. 어딜 가든 사람들의 속도는 제각각이었지만, 바다는 늘 같은 페이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빠르게도, 느리게도 보일 수 있는 그 리듬이 묘하게 안정감을 줬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하루 동안 쌓인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느낌도 들었다.


앉아 있던 방파제 위에서, 나는 바다 냄새가 왜 좋은지 곰곰이 떠올렸다. 아마 그 냄새에는 ‘여기서는 잠시 쉬어도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엔 바쁘게 지나가는 일들이 부산에서는 잠시 멈춰도 괜찮았다. 파도 소리에 섞여 복잡한 마음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바닷가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낮 동안 활기찼던 풍경이 서서히 잔잔해지고, 하늘과 바다가 같은 색으로 물들었다. 특별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 변화의 순간이 오래 남았다. 부산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깊게 들이마신 바다 냄새까지도.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이유를 생각해보니, 거창한 경험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바다 앞에서 나를 잠시 내려놓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앞으로도 부산을 찾으면 복잡한 일정보다 ‘바다와 함께 천천히 걷는 일’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나는 그런 순간들을 글로 기록해보고 싶다. 멀리 가지 않아도 마음이 맑아지는 장소들, 그리고 나를 쉬게 만드는 냄새들. 부산의 바다처럼 단정하지만 오래 남는 감정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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